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취임사 원본 
2010년 4월2일

존경하는 식약청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이상용 차장님을 비롯한 1,400여 직원 여러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 동안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력투구하신 윤여표 전 청장님께도 진심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저는 매우 겸손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까지 식약청은 모든 직원이 합심하여 국민의 먹거리와 의약품에 대한 안전을 책임져왔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는 있었지만 먹거리와 의약품 안전을 위해 노력해 오신 여러분들의 헌신에 의해 오늘의 식약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의 식약청의 모든 직원들이 합심해서 노력해 오신 과업을 성공적으로 이어 받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현대 사회는 위험사회입니다.

과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게 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모든 분야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질병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과학은 현대인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주지만, 동시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키고는 합니다. 구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그러했습니다.
현대사회의 각종 미디어는 그들 본연의 임무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즉각 알리게 됩니다. 명확한 대책이 없이 발표된 사실은 국민에게 심대한 불안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 경우 모든 사람은 개인이나 국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위험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러한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집니다. 80년대 이후의 서구사회가 역동성이 떨어지게 된 이유입니다.

파울 놀테는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의 처방은 ‘투자적 사회’입니다.

‘투자적 사회’는 시민들이 각자의 책임을 다하면서, 공동체 속에서 물질적·사회적·도덕적 자원을 비롯한 모든 자원을 가동하는 사회입니다.

우리 모두가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새로이 다가오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러한 말씀을 장황하게 드리는 것은 이러한 분석이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수행해야 할 미션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부족한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 모두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은 국민들이 접하는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치료재료 등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문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어떠한 정책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전에 안전하던 것이 지금은 안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전에 모르던 사실들이 입증되어 지금까지의 과학적 사실이 의심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학에 근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완전하더라도 지금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과학의 불완전성은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신속하게 획득하여 채워야 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여 합리적 판단을 해야합니다. 그러한 정보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최신의 과학적 근거, 합리적인 정책판단 그리고 국민과의 간극 없는 의사소통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합니다. 항상 새로이 대두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에게는 숭고한 주인의식이 필요합니다.

주인의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합니다. 하나는 천박한 주인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숭고한 주인의식입니다.

천박한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조직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동료를 비판하고 정죄합니다. 숭고한 주인의식은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껴안고 해결을 위해서 헌신합니다.

새로운 도전이 생길 때 서로를 평가하고 비판하기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숭고한 주인의식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함께 가야 합니다. 우리 청은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관입니다. 전문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전문성은 전문성대로 인정해야 하지만, 국민의 안전이라는 큰 목표에서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공동체적인 연대속에서 인적, 물적, 도덕적 자원 총 가동해야 합니다. 그래서 ‘투자적 식약청’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저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국민의 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을 바탕으로 해야 산업발전도 가능합니다. 식·의약 분야의 안전은 곧 경쟁력입니다.

안전을 전제로 합리적 규제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실시할 때 식약청이 단순한 규제기관이 아니라, 보건산업 발전의 견인차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우리는 국민의 기대를 따라잡아야 합니다.

현대는 속도의 시대입니다. 또한 글로벌 시대입니다. 먼 나라의 외딴 곳에서 일어난 작은 문제도 즉시 우리의 문제가 됩니다.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올해 11월에 예정되어 있는 이전을 잘 마무리 해야 합니다. 최근 연구동의 화재사건에서 보듯이 사건 사고는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듯이, 우리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식약청의 이전에 따른 가족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하나마 몇 가지 제언을 드렸습니다.

이러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1,400여 모든 동료가 같이 합심해서 노력하면 기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경제적 위기를 극복을 위한 국민적 노력을 뒷받침하고,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을 받들어 일류국가를 만들기 위해 한 마음으로 노력합시다.

국민들은 우리에게 더욱 큰 신뢰와 사랑을 주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천안함 사고로 인한 46명 실종자 모두의 생환과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신 UDT 한주호 준위의 명복을 빌면서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4월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노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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