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국정원 직원이 "상부 지시로 트윗·리트윗"을 했다는 사실을 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공판 증인신문에서 밝혔다고 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원 공판에서 국정원 직원 이 모 씨는 "파트원끼리 모인 상태에서 파트장이 이슈 및 논지를 시달하면 그 내용을 업무에 반영했다"며 "당시 팀원끼리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이 씨는 지난 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에서 트위터 활동을 한 5급 직원이라고 한다.

놀라움과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그동안 국정원은 대선 시기 선거 개입을 부정해 왔다. 그러나 이날 공판에서 이 씨가 밝힌 "상부 지시로 트윗․리트윗을 했다"는 증언은 사실상 국정원 직원들이 상부의 지시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대선 개입 활동을 해 왔다고 양심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충격적인 법정 증언이다.

민주공화국에서 선거는 권력을 교체하는 합법적인 제도다. 이 제도가 오염되고 더럽혀졌다면,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인내와 중립성을 갖고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의 대선 개입과 부정선거 논란을 지켜 봐 왔다. 그러나 이번 공판에서 드러난 국정원 직원의 양심선언을 볼 때,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운 역사적 범죄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집권여당은 국정원 등에 의한 불법 선거 개입과 대선 당시 야당 후보 낙선을 목적으로 한 불법 댓글, 트윗, 리트윗 게시물에 대해서 철저히 침묵하고 있거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가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개입으로 흔들리게 되면, 민주주의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

지난 7일부터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수만 명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에 민심을 전하려고 한 참석자들에게 경찰은 한겨울 물대포로 공격하고 대열을 해산시켰다.

이에 더하여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불법 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보궐선거를 치를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나섰다. 파문이 급격히 확산하게 되고 있다.

일각에서 장 의원의 이 같은 처신이 부적절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장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더 나아가 보궐선거를 언급한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은 장 의원이 헌법기관의 양심에 따라 국민의 여론을 대변했다고 지지하고 있다. 장 의원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 표명은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선거 개입이 공판을 통해서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과와 반성조차 없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 집권여당을 향한 분노의 외침임을 알아야 한다.

장 의원을 막는다고 해서 대선 당시 국가기관의 부정한 선거 개입 사실이 사라질 리 만무하며, 불법 선거 논란의 근원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에 관한 정통성 시비가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거대한 ‘인지부조화’ 상태에 직면해 있다. 이솝 우화를 보면 포도를 따 먹기 위해서 포도밭에 들어간 여우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포도를 따 먹기가 쉽지 않았다. 여우는 ‘저 포도는 분명 신 것일 거야. 그러니 내가 따 먹지 않는 게 좋아’라고 생각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 원인과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전 방위적 선거 개입이 드러났지만, 이미 당선되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에 정권과 집권여당 등은 부정선거에 대한 비판 여론과 특검 요구, 나아가 대통령 퇴진, 재선거 주장이 나오기만 해도 모든 것을 ‘대선불복’으로 단정해 버리고 십자포화를 퍼붓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 퇴진 구호가 등장한 데에는 지난 대선 당시 벌어진 국가기관의 불법적 선거 개입이 주된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대선 불복’이라는 말로 자기 합리화하는 세력들이 사태 해결을 더욱 난망하게 만들고 있다.

‘부정선거와 대통령직 수행’이라는 작금의 인지부조화 사태가 앞으로 남은 4년 내내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휘감고 장기적 멘탈 붕괴 상태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 그 누구도,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 시비에 휩싸여 대통령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하는 불행한 파국을 맞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껏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국가기관에 의한 부적절한 선거 개입이 확연해지고 있는 만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직속상관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그에 상응하는 사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과 집권여당은 지난 대선 당시 자행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부적절한 선거 개입 행위에 대해서 대국민사과, 일벌백계하는 차원에서 불법 관련자 처벌, 특검 수용, 국내 사찰․정보수집 금지 등 국정원의 과감한 개혁 등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은 ‘대통령 퇴진’ 구호가 민주주의의 요체를 지키려는 국민의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요구임을 분명 각인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진심은 ‘대통령 하야’라는 파국을 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나서서 선거 불법을 단죄하고,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대한민국을 되돌려 놓으라는 것에 있음을 각인해야 할 것이다.

2013년 12월 10일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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