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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난안전 문화 정착’ 힘써야
국가안전처장 ‘정치 중립의 전문가’ 맡아야
2014년 05월 16일 (금) 18:39:10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 정상만 한국방재학회장
인천에서 제주도로 항해하던 중 여객선 세월호가 맹골수도로 알려진 진도 해상에서 지난 4월16일 오전 8시55분 침몰됐다. 여객선 침몰 상황에서 해수부와 해경의 초기 대응은 재난안전 분야 후진국의 전형을 그대로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도 총체적 인재를 시인했고 국무총리 직속 국가안전처 신설을 제시했다. 세이프투데이는 지난 5월9일 서울시 역삼동 소재 한국방재학회 사무실에서 정상만 한국방재학회장(공주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을 만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국가 재난관리체계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정상만 한국방재학회 회장은 소방방재청 직속 국립방재연구소장의 제7대 소장에 이어 국립방재연구소가 현재 안전행정부 직속 국립재난안전연구원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초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제2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은 여운광 명지대 교수가 맡고 있다.

정상만 회장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 차원의 재난안전 연구와 정책을 뒷받침했던 우리나라 재난안전 연구분야의 총괄 책임자였다. 그만큼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의 업무와 조직, 예산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의 바람직한 방향에 방향을 제시할 적임자로 판단했다. 

세이프투데이는 정 회장을 만나 ▲세월호 침몰 초기 대응 과정의 문제 ▲국가재난관리체계 차원의 이원화와 일원화 문제 ▲재난안전에 있어 교육과 훈련의 문제 ▲박근혜 정부에서의 재난안전 분야 강화 노력과 한계, 그리고 과제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될 국가안전처의 바람직한 방향 ▲국가 재난안전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는 정상만 한국방재학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초기대응 주체 변경 빨리 결정했어야

▲ 세월호 침몰 초기 대응 과정을 보시면서 국가재난관리체계의 문제를 뭐라고 생각하셨는지요?

= 사고 발생 초기 대응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초기 대응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전문적인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주무 부, 처, 청 등에서 담당해야 한다. 사고 현장의 세세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가장 빠르게 초기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의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안전행정부 장관)는 초기 사고 대응의 상황을 빨리 파악해서 모니터링하면서 어떻게 지원하고 협력해 줄 수 있는지를 국가 차원에서 판단해 지자체나 기관에서 초기 사고대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야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인 안전행정부(이하 안행부)의 중요한 역할이 사고 초기 상황의 모니터링이다. 사고 초기 대응의 담당 지자체나 기관에서 초기대응을 잘 못하게 되면 바로 사고 초기 대응 주체의 담당을 바꾸던지, 사고대응 책임자를 새롭게 투입하던지, 의사결정권한을 행사했어야 했다. 

국가 차원에서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안행부는 이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초동 대응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국가 차원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했어야 했다. 안행부는 사고 발생 초기 몇 분 몇 시간 내에 진행 상황을 봤을 때 해양경창청의 능력 범위를 넘어 섰다고 판단했어야 됐다. 해경의 초기 대응 책임 주체를 빨리 해군이나 국방부로 넘겼어야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초기 대응 상황에서 벌어졌다. 안행부 장관 스스로 판단해서 의사결정에 부담을 느꼈다면 국무총리나 청와대에 직접 보고해서 사고 초기 대응의 주체를 해정에서 해군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바로 해군의 UDT나 SSU, 해병대, 119중앙구조대원, 서울시 수난구조대원 등 특수대원들을 투입시키는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몇 초, 몇 분, 몇 시간 빠르게 이런 중차대한 국가차원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국가 차원의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대응의 문제점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난관리체계 ‘인적·사회재난’ 일원화해야

▲ 국가재난관리체계 차원에서 이원화, 일원화 문제도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대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가요?

= 재난안전 관리는 일반적으로 예방, 대비, 대응, 수습 4단계로 분류된다. 예방과 대비는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고 대응과 수습은 사고발생 시 현장에서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구축, 조직 운영의 효율화, 사고발생 시 행동지침 실행과 현장 지휘체계 확립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시스템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방사선 유출을 동반한 일본 대지진의 사례와 같이 환경 변화와 함께 대두되고 있는 재난의 대형화, 다양화, 복합화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같이 재난을 자연재난, 인적재난, 사회재난 등으로 분류해 업무를 분장해선 안된다. 재난관리 선진국처럼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재난 안전관리 기능을 통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모두에게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이 담당하고 있으며 인적재난을 포함한 사회재난은 안행부에서 총괄하고 있다. 이같이 이원화된 재난관리 업무체계는 이번처럼 중복 보고 및 상황관리의 혼선 등으로 재난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위기관리 대응에 불협화음과 허점도 드러내고 있으므로 재난 안전관리 컨트롤타워 구축을 통해 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

또 재난안전 관련 법령이 과도하게 분산돼 있고 상호 연계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안전 기준 등이 상이한 상황이다. 최근에 이어지고 있는 화학물질 관련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 분산 관리되고 있는 관련 법령 및 기준을 정비하고 조정하는 기능 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재난 안전관리 체계 통합을 통한 조직 운영의 효율화가 이뤄져야 한다.

▲ 세월호 침몰 당시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큰 사고가 발생하면 교육과 훈련이 실전에 가깝게 진행되다가 큰 사고 발생이 뜸해지면 느슨해지는 문화가 문제인 것 같은데 교육과 훈련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사고발생 시 행동지침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생활화돼야 한다. 우리는 평소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규범을 장애물로 여기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평상시 안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사고발생 시 원칙대로 행동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재난 사고 현장에서의 지휘체계 확립은 사고를 수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사령탑의 지휘능력, 정부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 정확한 상황전달 능력이 그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주거와 식생활이 해결되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투자의 우선순위를 둔다. 그런데 우리는 안전보다 복지와 환경에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있으며 사고가 나면 수습에만 급급할 뿐 사고에 따른 교훈에 기반을 둔 치밀한 후속 대책과 시행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탑승자 수를 집계하는 데 이틀이 걸리고 침몰까지 1시간 동안 상황관리가 안되는 시스템으로는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어렵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이번 참사를 교훈삼아 선진적 재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으로 사고발생 시 선명한 지휘체계, 신속한 의사결정, 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이뤄 재난에 강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공약에 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

▲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행부로 바꾸면서 재난안전 관리에 주력해 왔습니다. 이름만 행정안전부에서 안행부로 바꾼 것은 아닙니다. 관련 법과 조직 등 대대적인 업무 조정이 전국적으로 뒤따랐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재난안전 분야 강화 노력과 한계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박근혜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행정안전부를 안행부로 명칭을 바꾸는 등 대한민국을 안전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여러 곳에서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행정안전부를 안행부로 바꾸고 안행부 제2차관 산하에 안전관리본부를 만들고 중앙안전상황실, 안전정책국, 재난관리국, 비상대비기획국을 만들었다.

또 안행부 중심으로 재난안전 업무를 통합해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안전정책조정회의도 신설했다.

특히 41개 중앙기관과 244개 자치단체, 그리고 67개 공공기관에 재난안전책임관(CSO)도 설치했다. 시도 지방자치단체에 안전행정국, 안전총괄과를 설치하고 시군구에 안전총괄과 신설 또는 안전자치행정과를 개편했다.

그러나 막상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자 허술하고 안이한 대응을 과거와 별다름 없이 보여주고 있다.

▲ 박근혜 정부는 안전정책조정회의 신설 등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확정해 작년 8월6일 공포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2014년 2월7일 시행됐고요. 박근혜 정부에서 재난안전 관리를 체계화하려고 노력해 왔는 데 아직 안착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 재난안전체계를 통합해서 체계화, 효율화하려고 한 노력에는 공감한다. 지난 2월7일 실행된 일부개정안이었지만 전부개정안이나 다름없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어떤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안행부가 작년 4월8일 입법예고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대해 방재 관련 협회나 단체들이 작년 5월3일 ‘분산된 재난관리의 기능통합에 거스르는 임시변통적인 법률안’이라고 집단 반발했었다. 이 반발에 참여한 곳은 한국방재학회, 한국방재협회, 부산대 방재연구소, 대전대 토목공학과, 연세대 방재안전연구센터, 경북대 방재연구소, 신구대 방재기술센터, 공주대 방재연구센터, 금오공대 방재수공학연구실 등이었다. 

▲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 당시 반발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에서 밝힌 ‘각 부처로 분산된 재난관리시스템 기능통합을 위한 정부구조 개편이라는 대원칙에 대한 실행방안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재난관리시스템의 기능통합이 아닌 안행부의 부처이기주의에 기반해 임기응변으로 만든 ‘원칙 없는 개정안’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그간 재난안전관리 단체들이 주장해온 ‘통합적 재난관리체계의 구현 가능성을 없앴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방방재청은 자연재난만, 안행부는 인적재난만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최근 발생한 노후화로 인한 저수지 붕괴, 태풍피해로 인한 화학물질 누출 등과 같은 대형화돼 가는 복합적인 재난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을 운영하며 총괄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하기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대로 ‘소방방재청’의 자연‧인적재난 및 민방위기능을 ‘안행부’의 재난안전기능에 통합해 통합적 재난관리를 위한 조직개편을 먼저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법 개정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국가안전처장 ‘정치 중립 전문가’ 맡아야

▲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에 있어서도 문제였군요. 이것도 문제지만 국가차원의 재난안전 컬트로 타워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의 정치적 중립 부분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국가의 재난안전 총괄 부서인 안행부 장관이 6.4 지자체장 선거를 이유로 바뀌는 상황이 연출됐다. 국가 차원의 재난안전 총괄 부서의 수장은 정치적, 경제적 여건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맡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재난안전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와 초기대응 과정의 실패로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았고 장기, 중기, 단기 계획이나 계획의 실행 차원에서 그림을 잘 못 그린 것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 재난안전체계 강화의 중, 장, 단기 계획을 말씀하시니 생각난 것인데 박근혜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이 불발로 끝난 것이 있습니다. 재난안전 분야의 연구나 기술 개발 결과물이 축척되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국가 차원의 조직과 인력, 예산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경험과 경험에 대한 연구나 개발의 결과물들에 대한 계획 관리, 집행의 문제도 중요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중기, 단기의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과제뿐만 아니라 장기 연구개발 과제관리나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안전이라는 카테고리로 국가 자원의 중·장·단기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안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기존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에는 분야나 대분류·중분류에도 분류되지 못하고 세분류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를 담당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국가 과학기술 기획, 기술예측·수준조사, 전략의 수립,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평가 및 예산의 조정·배분을 지원하고 국가연구개발시스템 개선과 실효성을 제고하며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관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과학기술진흥에 기여하고 있다.

작년 8월22일과 8월30일 안행부 직속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재난안전 분야 기술분류체계 개발 자문회의’를 갖고 최종 결과물을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 수정을 위한 서류를 KISTEP에 공식 접수시켰다.

하지만 이것도 지난 2월에 없었던 일로 결정됐다.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 개선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5년 후에나 다시 신청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것도 박근혜 정부가 강력한 재난안전체계 정립을 위해 새롭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가안전처 ‘조직간 자리나눠먹기’ 막아야

▲ 결국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도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은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직속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것도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와 초기대응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전담부처를 설치해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하신 바 있다.

또 “국가 차원의 대형사고에 대해서는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치 않도록 국무총리실에서 직접 관장해 부처간 업무를 총괄조정하고 지휘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특히 “상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전담부처와 소관부처가 협업해서 국민안전을 제대로 지켜나갈 것이고 군인이 전시에 대비해 반복훈련을 하듯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크게 가져올 사고를 유형화해서 특공대 대응팀을 만들어 평시 훈련하고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즉시 전문팀을 파견해 현장에서 사고에 대응토록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평가나 계획에 공감한다. 하지만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를 국무총리실 직속의 국가안전처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될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이질적인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와 소방방재청을 어떻게 조화롭게 합칠 것인지이다. 국가안전처의 처장 직급도 부총리급으로 할 것인지, 장관급으로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지난 2월 시행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어떻게 전면 개정할 것인지도 과제이다.

행정안전부를 안행부로 바꿀 때도 군 예비역 장성의 재취업 자리, 경찰 조직의 합류, 행정직 고위공무원들 간에 조율을 거쳐 기형적인 제2차관 산하에 안전관리본부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국가 차원에 재난안전관리 총괄부서에서 재난관리 담당 조직이 중요했음에도 군과 경찰에 밀리는 상황을 연출했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지는 국무총리실 직속 국가안전처의 조직에는 군, 경찰, 검찰, 소방, 정치인, 행정 관료들의 자리 나눠먹기만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소방방재청이 가장 큰 문제이다. 소방직 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눠져 있다. 소방방재청은 현행과 같이 별도 외청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안행부 안전관리본부 조직과 소방방재청의 방재관리국과 예방전략국을 국가안전처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조직화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소방방재청의 소방전담 조직과 전국 소방본부 조직, 그리고 119중앙구조본부 등 사고 발생시 구조, 구급, 대응조직의 권역별 강화가 검토돼야 할 것이다. 

재난을 유형 별로 분류해서 국가안전처 조직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 선진국들은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서도 보듯이 복합재난에 다 진급하게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재난, 인적재난, 사회재난으로 나누고 재난유형별로 나눌 필요도 없다. 국가가 전체 재난을 어떻게 치밀하고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면서 사고 발생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방방재청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 만들어졌다. 자연재난과 인적재난을 다 담당하면서 나름 잘 조직됐다. 그런데 조직의 수장이 차관급이다 보니 행정안전부, 안행부, 국토해양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장관급 부에 업무를 빼앗기는 경우가 발생했다. 재난이 많이 발생할 때는 조직자체가 강력해졌다가 재난이 적게 발생할 때는 조직과 예산, 연구가 소강상태를 보였다. 재난이 많든 적든 꾸준하게 중장단기 재난안전관리 계획을 만들고 실행해 옮기면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에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가 전반의 ‘재난안전 문화 정착’ 힘써야

▲ 재난이 적게 발생할 때에도 국가안전처는 아주 바쁘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재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전체의 재난안전 관리 문화를 만들도록 항상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조직이란 말씀이군요.

= 사고가 작든 크든 사고 발생 원인부터 사고 발생 대응의 문제점, 사고 수습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연구해서 그 결과물을 통한 교육과 훈련,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선진국에서 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예방과 대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후진국의 경우는 당장의 사고 대응과 수습 과정에 신경을 쓴다. 우리나라도 재난관리 측면에서 후진국이다. 수습에만 신경을 쓰고 결국에는 예방투자에 신경을 안 쓰기 때문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수습에만 신경 쓰고 예방투자에는 소홀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이런 대형 참사가 되풀이 되는 것이다. 매뉴얼이 아무리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어도 현장에서 훈련으로 몸에 체화돼 있지 않으면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과정에서도 해경이 매뉴얼대로 안한 부분이 많다.

매뉴얼에 보면 조난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양경찰청장이 구조본부장을 맡게 돼 있다. 또 유관 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고 현장을 지휘해야 했다. 해경이 사고 발생 초기에 대응을 못했던 것은 평소에 교육과 훈련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위기상황에 잘 대응하려면 평소에 교육과 훈련이 몸에 체화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황발생시 매뉴얼을 찾아 읽고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반사작용에 의해 자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 국가안전처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 수습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요. 우리나라에는 국가안전처가 담당해야 할 업무가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 국가안전처에서 담당할 문제는 수난사고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 지하철 사고가 잦은데 지하철 사고 대응도 고만해야 한다. 또 60년대 70년대 건설된 전국의 구조건축물들도 체계적으로 점검 관리에 나서야 한다. 국가 기반 인프라 전체의 재난안전을 이번 기회를 통해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할 것이다. 

좋은 예가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88올림픽고속도이다. 이 도로는 고속도로 임에도 불구하고 편도 1차선이다. 중앙 분리대가 없는 곳도 많다.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추돌사고로 이어진다. 말 그대로 ‘죽음의 고속도로’이다. 이 도로를 달리다보면 ‘졸면, 죽음’이라는 푯말이 많이 붙어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재난안전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예이다. 외국인들이 보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우리가 재난안전의 중요성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안전과 직결되는 각종 안정장구의 내구연한에 대해서도 국가안전처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는 성장과 발전을 볼모로 내구연한에 등한시 해 왔다. 국가 안보에 중요한 국방장비뿐만 이니라 소방 장비 등 안장구에서도 내구연한 자체를 무시하거나 내구연한 자체가 그 역할을 못할 정도로 길게 정해져 있다. 이렇다보니 안전장구의 안전관리 자체도 이뤄지지 못해 왔다.

재난안전 담당 공무원 ‘전문성 강화’ 중요

▲ 국가재난안전 총괄 조직뿐만 아니라 재난안전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도 많습니다. 공무원 순환보직제, 기피부서, 그래서 방재안전직렬이라는 것도 만들어졌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재난관리는 미 군정청 시절 농무부 토목국이 맡았으나 정부 수립 이후 내무부 치안국과 건설국으로 넘어갔다. 이후 경제기획원, 건설부, 내무부, 행정자치부, 소방방재청으로 이어졌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태풍 매미 참사 등을 겪으면서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처음 일원화됐다. 청와대에 위기관리센터가 신설됐고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재난을 포함한 국가 위기상황의 조정·통제 기능을 담당했다. 2004년에는 재난관리 전담기관으로 소방방재청이 신설됐다.

대통령이 직접 재난을 챙기자 공무원의 태도도 바뀌었다. 이때부터 재난관리 업무의 주도권을 놓고 암투가 벌어졌다. 2004년 소방방재청 신설 이후 안행부와 소방방재청의 주도권 쟁탈전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전임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면서 행정자치부에서 행정안전부로 이름을 바꾼 내무 관료들은 안전 관련 조직의 몸집을 불렸다.

박근혜 정부 들어 부처 이름까지 ‘행정안전부’를 ‘안행부’로 바궜다. 안행부 관료들은 전문가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작년 8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했다. 소방방재청이 관장하던 인적재난을 안행부로 가져가고 소방방재청은 자연재난만 담당하도록 했다.

‘안전’이라는 중책을 맡은 안행부는 전문인력 확보·양성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스스로 취약성을 인식해 3년 전에 방재안전직렬을 만들어해 소방방재 인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도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 안행부와 소방방재청 모두 전문성과 의지, 권한 부족으로 정부 내 재난안전 관리자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미국 9·11 테러 사건 직후 현장 책임자는 뉴욕 소방서장이었다. 뉴욕 소방서장은 사건 현장에서 전권을 쥐고 인명구조를 지휘했다. 미 연방정부는 지원만 담당했다.

재난의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현장을 잘 알고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리더가 지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장 대응경험이나 구조경험이 있는 현장 지휘관들의 권한이 부족하고 중앙의 명령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세월호 선장이 해상에서 사고가 난 상황인데도 육지의 어느 나라에 있는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오너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미국 경찰, 소방, 방재 책임자는 모두 주지사 휘하에 있어 경찰과 소방 당국이 주지사의 지원을 받아 전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해경이나 소방은 의사결정에 제약이 크다.

실제 지자체의 119구조본부는 소방방재청 소속의 중앙119구조본부와 연계돼 있어 하나의 조직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각 시도에 속해 시도지사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구조적으로 일사불란한 지휘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

우리 실정에서 현장 대응기관의 지휘력을 강화하려면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재난 발생시 누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계획하고 이를 훈련시키는 등 공조체계를 미리 구축해 놓아야 한다.

재난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기 힘든 구조도 문제이다. 방재안전직렬 공무원이 아닌 이상, 담당 공무원들은 보직이 순환 이동되고 결국 제대로 된 전문성은 유지하기 힘들다.

소방방재청이나 안행부의 담당자들은 행정이나 시설직 공무원이다. 정부가 방재안전직렬 공무원을 만들어 재난전문가를 뽑기로 하고 공무원 임용령까지 개정했지만 채용한 사람은 없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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