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소방설비 기업이 신축 아파트 등 일부 공사현장에 성능에 문제가 있는 무검정 합성수지배관(이하 CPVC배관)을 공급해 온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우리나라 소방설비 분야의 1위 기업인 파라다이스산업은 지난 2011년부터 스프링클러설비에 사용되는 CPVC배관 생산을 시작해 해당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많은 양을 공급해 오고 있다.

최근 파라다이스로산업으로부터 CPVC배관을 공급받아 시공한 건설현장에서 배관의 이음부분이 터져나가는가 하면 배관 자체에도 균열이 나타나 물이 새는 등 심각한 하자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해당 현장에 보급된 CPVC배관은 관련법에 따라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제품검사를 받지 않은 ‘무검정 제품’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취재결과 파라다이스산업은 이러한 무검정 제품과 정상 제품을 섞어 일부 공사현장에 유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CPVC배관은 소방관련법에 따른 ‘성능인증’ 대상품 중 하나로 이러한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은 반드시 출고 전 최초 성능인증 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품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성능인증 자체는 관련법에 따라 제조자가 요청이 있는 경우 이뤄지지만 성능인증을 받은 제조사가 유통 전 제품검사를 받는 것은 의무적인 사항이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산업은 지난 2011년 최초 CPVC배관에 대한 성능인증을 받았음에도 일부 제품은 제품검사를 거치지 않고 시중에 유통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이 불법적으로 유통된 CPVC배관의 일부가 심각한 결함까지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파장이 만만찮을 조짐이다.

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보급되는 CPVC배관은 세대 내 스프링클러 배관 등으로 적용되는데 제품검사를 받지 않은 제품의 성능을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량 문제처럼 준공 이후 물이 새거나 배관이 깨져나가는 날에는 아파트의 총체적인 하자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미 시공된 배관의 경우 제품검사를 받았는지조차 확인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보통 CPVC배관은 생산 과정에서 4미터씩 균일한 길이로 제작되고 배관마다 합격표시(증지)가 부착되는데 이 때 대부분의 증지가 배관의 측면으로 치우쳐 부착된다.
 
시공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배관을 절단해야 하기 때문에 합격표시 또한 함께 잘려 나가는 경우가 많다.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이미 시공된 현장은 증지 표시방법과 시공 특성상 합격표시를 육안으로 알아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더욱이 천정 마감까지 끝난 현장에서 제품검사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파라다이스산업 측은 취재가 진행되자 일부 CPVC배관이 무검정 상태로 시중에 보급된 사실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사후조치를 취하는 등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라다이스산업의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있는 제품이 보급된 현장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상태"라며 "현장을 파악한 후 적극적인 대처를 취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문제점을 인지한 한국소방산업기술원도 해당 제품에 대한 현장 확인을 통해 무검정품 유통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이에 따라 파라다이스산업의 CPVC배관 성능인증에 대해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해당 CPVC배관이 제품검사를 받지 않은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며 “현재 성능인증 취소 처분에 관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방재신문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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