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흐름과 상관없이 집회나 시위를 관리할 목적으로 교통용 CCTV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공권력 행사라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해석이 나왔다. 또 독일 헌재에서 집회시위현장을 CCTV로 조망하는 것 자체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켜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안전행정위원회, 인천 남동갑)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교통용 CCTV 이용 집회시위관리의 헌법적 검토” 회답서에 따르면, 집회시위의 자유는 집회참가자들이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 목적을 스스로 정하고 국가로부터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방해당하지 않을 자유로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두텁게 보호되며, 개인정보보호의 경우에도 초상권,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중대한 기본권과 관련된 것이므로 헌정질서 범위 내에서 보호될 수 있다고 5월26일 밝혔다.

특히 경찰이 집회 및 시위로 인한 교통질서 및 사회질서유지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공권력의 행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의 목적으로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을 준수해 행사돼야 하며 이때에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집회시위로 인한 도로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도로교통의 정보수집용으로 CCTV를 사용한 것이라면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집회시위자의 얼굴 등 개인정보를 파악하거나, 집회시위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교통용 CCTV를 사용했다면, 이는 법률에서 정한 교통용 CCTV의 사용목적 범위를 넘어선 공권력 남용으로 법적 근거없이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 돼 개인정보보호법 규정 위반일 뿐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집회와 시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통흐름과 유관한 장면이 아닌, 교통흐름과 상관없이 집회나 시위를 관리할 목적으로 촬영된 영상이라면 이는 법률이 정한 교통용 CCTV의 사용목적과 다르므로 법적인 근거가 없는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세월호 집회 당시 경찰은 광화문 일대의 교통소통을 완전히 차단하고 오후 2시경부터 집회가 끝날 때까지 집회시위대의 흐름, 경찰들의 이동경로, 물대포의 작동상황 등을 교통용 CCTV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줌인 아웃하는 등 교통흐름과 상관없이 시위대만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입법조사처의 지적대로라면 위법한 공권력 행사인 것이다. 

또 개인정보보호법 및 동 시행령, 경찰청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규칙 등의 취지상 법률상 접근권한이 없는 서울청장을 비롯한 서울청 간부들이 개인정보영상을 열람하거나 관찰하는 것 역시 공권력 남용이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영상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접근권한 역시 제한돼야 하는데 세월호 집회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서울청 간부들이 법적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교통용 CCTV로 집회시위대를 본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의미이다. 

입법조사처는 또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예로 들며 2009년 독일 헌재가 집회와 시위 현장을 CCTV로 조망해 관찰하거나 감시하는 공권력이 행사된다는 그 자체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독일의 판례는 향후 교통용 CCTV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남춘 의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공권력 남용으로 기본권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경찰청장은 공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확실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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