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감염에 대한 공포와 함께 근거 없는 괴담이 언론, SNS 등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는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12일을 기점으로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던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6월 22일 메르스 확진자 및 사망자는 각각 172명과 27명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메르스 종식 시점에 대해 6월 중에는 어렵다며, 7월 중 종식이 된다면 대단히 성공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치수 대한인터넷신문협회 회장
초기대응의 실패와 정보 비공개의 파장

이같은 확산 사태는 우리 정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초기 대응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5월 20일 첫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이 지난 5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난 6월 1일 새벽 메르스 확진 환자가 18명으로 집계되었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오전 확진 환자 15명”이라는 잘못된 숫자를 발표하는 등 정부 내에서 조차도 메르스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메르스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날이었다. 지난 6월 3일 새누리당이 당정협의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에볼라의 위협이 미국을 강타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을 지휘소로 삼아 추적, 격리, 치료라는 3단계 대처법을 강조했다. 같은 해 올랜도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당시 지역 관광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음에도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20일이 지나도록 감염 병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보의 비공개로 인한 파장은 혹독했다. 각종 괴담이 확산되면서 메르스와 전혀 관계 없는 병원들마저 피해를 입고 국민들은 막연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미국 조지타운대 로런스 고스틴 공중보건법 교수와 감염병 전문의 대니얼 루시 박사는 '메르스: 세계 보건 과제'라는 미국의학협회지(JAMA) 기고문에서 "메르스의 경우 보건당국이 처음에 환자들을 치료한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투명해야 대중의 신뢰를 받는다. 과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보건당국은 메르스 발생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메르스 감염 통제를 위한 조치로 의료 종사자 훈련 및 특정 여행자 진단 검사, 확인된 접촉자 등으로 격리 최소화, 지역사회 감염 증거가 부족한 만큼 여행 금지 또는 학교 폐쇄 조치 자제 등을 권고했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가자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6월 4일에 35번 확진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6월 7일 최경원 부총리는 메르스 감염 병원 24개를 공개했다. 하지만 일부가 잘못된 내용이 있어서 수정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긴급 재난 시 언론의 역할 중요성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정부는 지자체와 병원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논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

특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 등으로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메르스 사태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기 위한 대안 마련 등에 힘써야 할 국내 일부 언론들마저도 부정확한 정보와 추측성 기사 보도 등으로 경쟁에만 몰두했다. 세월호 당시에도 그랬듯, 정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된 오보들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심지어 일부 언론들은 SNS에 퍼진 유언비어들을 근거로 뉴스를 만든 사례도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정확한 정보가 부재인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막중하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을 때 언론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사실만을 근거로 보도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두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그에 따른 대안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메르스 사태 발생 이후 중국, 일본, 동남아 등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 10여만명 이상이 우리나라 여행을 취소했다. 관광 산업은 하나의 단적인 사례일 뿐, 이번 사태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불황 끝에 경제가 다시 살아나려는 이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은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함께 철저하게 해외 시장을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통적 간병문화 개선되어야

신종 전염병의 대응과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 나가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또한 의심스러운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보건 당국에 신고하여 반드시 그 지시에 따라야 한다. 한 명으로 인해 수천 명, 수만 명이 감염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종 바이러스로 대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특유의 간병문화를 갖고 있다. 평상시에는 아름다운 관습이면서도 신종 전염병과 같은 비상사태에는 사회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메르스와 같은 신종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올바른 간병문화를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성남시 공무원들의 사례는 우리의 간병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 그들은 보건 당국의 철저한 관리 하에 사회적 활동이 금지된 격리자들을 위해 손과 발이 되어 주는 등 헌신해 왔다.  지난 7일 성남시 대책본부가동 시점부터 지금까지 모두 320명이 순환 근무하면서 자택격리자들을 위해 담배 심부름, 음식배달 등 메르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공공의료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 필요

우리는 대한민국이 의료선진국이라는 자만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우리 나라의 방역체계가 얼마나 부실하고 허점투성인지를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가 보였던 무능함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질병관리시스템은 적나라 하게 드러났다. 이는 정부의 비공개주의와 늑장대응 그리고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병원들의 비협조적 태도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메르스 2차 유행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순간부터 병동 폐쇄 및 의료진, 환자, 보호자 등에 대한 완전 격리가 이루어졌어야 했지만 방역체계는 허술했다. 더구나 삼성서울병원은 책임을 정부에게 전가했다. 3차 감염이 확산되기 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과소평가하고 환자 이송 및 추적관리가 부실하면서 메르스는 더욱 확산됐다.

몇몇 의심 환자들은 전국을 여행하고 골프를 즐기는 등 보건 당국의 관리망에서 벗어나는 소동까지 발생했다. 발열 증세 등 메르스 증상들을 보인 환자 이송 요원 마저 확진 판정 받기 전까지 수천 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3년 11월 이재명 성남시장은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줄 공공의료원의 필요성에 따라 성남시립의료원 기공식버튼을 눌렀다. 2017년 완공예정인 전국최초의 공공의료원에는 음압병상이 32개나 설계되어 있다.

음압병상은 기압 차를 이용해 공기가 항상 병실 안쪽으로만 흐르도록 설계된 병실로서 효과적인 방역 시스템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정식 음압병상이 단 한 개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가적 대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를 위한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잘 대변해 준다.

도약의 발판으로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메르스, 초기 대응의 실패와 적절한 대응책 부재는 참혹했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이를 극복해 나갈 저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신속한 상황파악 및 초기대응을 위한 확고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와의 공조를 통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철저히 구축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는 국립 감염전문병원 등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을 설립하고, 역학조사관 배치를 법제화하며, 일반 환자와 감염병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종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 휴업하는 병원이나 개인 사업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와 병원은 물론, 언론과 기업, 그리고 국민 개개인까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힘을 모아 나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키고자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분들, 특히 의료인들과 자원 봉사자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2015년 6월22일
이치수 대한인터넷신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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