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의무부총장 손창성) 해외의료봉사단(단장 김승주)이 고통과 슬픔의 중남미 작은 섬나라 아이티에서 12일간의 사랑의 인술을 펼치고 돌아왔다고 2월3일 밝혔다. 

지난 1월19일 떠난 봉사단은 매일 수백명의 환자들이 몰려들어 야외 진료소 근처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봉사기간 동안 20여 명의 중증질환자 수술과 1명의 제왕절제수술을 포함, 1000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성과를 보였다.

지난 1월20일 해질 무렵, 인천공항을 떠난지 이틀만에 도착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아직 치안이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다. 베이스 캠프로 삼은 진료소는 지진때 조금 금이간 개인병원인데, 전기가 끊어지고 건물속 바닥과 창틀에 진흙과 먼지로 자욱했다.

아이티를 뒤흔든 지진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침대 없는 병실이 많아 환자들이 병원 이곳저곳에 그냥 누워 있었다. 외상환자, 특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골절환자가 많았고 오랜 난민촌 생활과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한 피부염과 인후두염 환자도 줄을 셀 수 없이 많았다.

수 많은 환자들은 길거리와 병원 밖 천막에 누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막에도 들어갈 수 없는 팔·다리가 잘린 환자들은 어떻게든 치료받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고려대의료원 해외의료봉사단은 하루에도 수 백명씩 몰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특히 진료를 시작한 세째날은 아이티에서의 봉사기간 경이로온 일이 생겼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박관태 교수가 중심이 돼 미국의사, 독일 마취과 의사, 미국조산사,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박중철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수술실 기지영 간호사 등이 공동 참여해 정상분만이 어렵던 산모를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해 여아를 순산한 것이다. 이 일은 국내에 방송으로 보도되어 큰 격려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찾아오는 환자만 돌볼 수 없어 봉사단은 지진피해가 극심한 난민촌으로 왕진을 다니기도 했다. 파리가 얼굴에서 득실거리고, 냄새가 코를 찌르는 흙먼지가 자욱한 누런 텐트속은 올망종망 졸고있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그곳에서 일주동안 아무서도 먹지못해 탈수증세를 보였던검 생후 2개월짜리 아이를 수액을 달아 고려대의료원 진료캠프로 이송해 집중치료 후 상태를 호전시켜 부모에 인계했다.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한 지난 1월20일 새벽에는 규모 6.1의 지진이 또 다시 업습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다시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고려대의료원 해외봉사단은 델마지역 개인병원에서는 아침 진료를 보고 있었는데 수 십명에 이르던 주민들이 순식간에 다 사라졌다. 사연은 라디오 방송에서 다시 지진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대피한 것이었다.

지속되는 우여곡절 속에 봉사단은 1000여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하며 외상 및 탈장환자를 포함한 20건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아이티 지역병원에 의약품과 의료소모품 등 일체를 전달했다.

김승주 단장은 “수 많은 아이티 환자들을 다른 의료팀에 인수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다. 천명이 넘는 환자들을 치료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고 이들에게 지속적인 치료의 손길이 이어지길 바랄 뿐”이라며 “의료봉사 기간동안 한국의료팀이 잘 고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 때 마음이 뜨거웠다”고 회고했다.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박관태 교수는 “해외의료봉사를 많이 다녀봤지만 이번과 같이 참담한 상황은 처음이다. 환자를 아무리 받아도 끝이 나지 않는 행렬은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간절한 눈빛으로 우리 진료소를 찾아온 환자들을 볼 때 정말 최선을 다해 치료해 줘야 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손창성 의무부총장은 “나눔과 봉사는 고려대의료원의 핵심가치 중 하나다. 고대병원은 이번 뿐만 아니라 스리랑카 쓰나미, 파키스탄 대지진, 인도네시아 화산폭발 현장 등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다녀왔다. 향후에도 지구촌의 아픔을 가장먼저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되기 위해 항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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