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뇌전증 환자 교통사고의 후속대책으로 경찰청이 수시적성검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행 수시적성검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어 운행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8월3일 제기됐다.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란 운전면허를 발급받은 사람 가운데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운전에 장애가 되는 시각장애·정신질환 등을 가진 경우 이러한 질병으로 인해 운전면허를 유지하는 것이 적정한지 도로교통공단에서 검사하는 것을 뜻한다.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는 통보 후 3개월 안에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며, 특별한 사유 없이 적성검사를 받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박남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안전행정위원회 간사, 인천 남동갑)이 작년 국정감사 때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 마약중독, 알코올 중독, 뇌전증 등 정신장애를 가져 국가기관으로부터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통보받고 검사를 받은 사람의 대다수가 도로교통공단의 적성검사를 무사통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8월3일 밝혔다.

수시적성검사를 강화한다고 해서 운전 적격성이 가려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2011년부터 2015년 7월까지 각 기관으로부터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통보돼 공단의 적성검사를 받은 사람은 모두 6282명인데 이 중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총 141명으로, 전체 검사 대상자의 2.2%에 불과했다.

나머지 98%는 판정이 유예되거나 검사를 통과해 면허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뇌전증 환자의 경우만 살펴봐도 전체 1359명 중 41명만 면허가 취소되고 98%가 면허가 유지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공단은 수시적성검사 대상자 중 결격자의 다수가 적성검사 신청을 아예 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성검사 통과율이 높다는 입장이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통과율이 지나치게 높다는게 박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수시적성검사 통보 대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정신질환 등으로 군 면제를 받았거나 마약, 알콜 중독, 뇌전증 등으로 6개월 이상 입원 경력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므로,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정상이다.

이같은 결과가 나오는 배경에는 허술한 수시적성검사 판정 시스템이 있다는 게 박남춘 의원의 주장이다.

현행 수시적성검사 절차를 살펴보면, 수시적성검사대상자 중 정신장애나 약물중독의 경우 정신장애에 대한 의사진단서를 운전적성판정위원회에 제출하고, 의사인 정밀감정인의 의견을 듣고 판정위원회에서 과반수 의결을 통해 합격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작년에 전국 26개의 면허시험장의 운전적성판정위원회 위원 구성을 살펴보니, 전체 위원 190명 중 의사는 48명으로 25%에 지나지 않았고 대부분 공단 직원, 교통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진단서 한 장으로 운전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조차도 비전문가들의 판단에 좌우되는 것은 문제라고 박남춘 의원은 지적했다.

박남춘 의원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이뤄지는 허술한 면허체계로 도로 위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적정한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