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의 민간 병·의원에 대한 지원 증액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가 당초 책정된 예산으로 환원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의협은 지난 9월28일 국가필수예방접종 민간 병·의원 지원사업의 증액 예산으로 상정됐던 470억원을 전액 삭감한 기획재정부의 조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정부가 국가필수예방접종 전액 무료화 사업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10월12일 요구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내년도 국가예방접종 지자체보조(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 총 805억4700만원 중 민간 병·의원 접종비 지원액을 675억310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70억원 늘어난 금액.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 전액 삭감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고 영유아를 둔 가정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고 필수예방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중차대한 사업인 만큼 국가의 예산지원은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며 이번 삭감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는 그동안 국가재정을 확충해 모든 국민들이 민간 병·의원에서도 보건소와 마찬가지로 필수예접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예방접종률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함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의협은 “국가필수예방접종의 예산지원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보건소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의 경우 비용적인 문제로 인해 민간 병·의원에서 필수예방접종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필수예방접종 비용을 전액 삭감하는 정부의 행태는 영유아들의 건강권을 경시하는 조치이고 현 정부에서 내세우는 친서민 정책기조와도 반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은 본래 전염병예방법에 의거해 국가가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주요 보건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성과 접근성이 취약한 보건소 중심으로만 시행돼 접종률이 선진국보다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전염병을 퇴치하고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방접종률이 95% 이상 수준이 돼야 한다. 예방접종의 치료비 절감효과는 예방접종 비용 대비 약 5배까지 추계되고 있어 사회경제적 비용면에서도 효과적이다.
필수예방접종 관련 소관이사인 조인성 의협 대외협력이사는 “필수예접 예산을 원안대로 대폭 증액해 대국민 의료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고 접종비 부담을 경감해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극복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성 이사는 또 “필수예방접종의 민간의료기관 확대가 보건소 기능 재정립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쳐 보건소는 역학조사 및 전염병 통계관리 등 본연의 기능에 치중하고 전문적인 진료 및 치료 영역은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하는 식으로 국가 의료자원이 적정분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정림 의협 대변인은 “지난해 신종플루 사태를 비롯해 신종 전염병의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예방접종의 중요성은 의료인 뿐 아니라 국민들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앞으로 감염병 예방을 통한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의료계 역량을 집중해나가겠다”면서“국감에서도 예산삭감에 대해 맹비난이 쏟아진 만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국회에서 필수예방접종 예산안을 환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