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호 함안소방서 서장
우리는 누구나 어떤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사회적 기능에서 제복이란 누가 무슨 기능을 하는 사람인지를 외적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 제복을 보고 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쉽게 알 수 있고, 그 사람의 신분을 파악한다.

소방관부터 군인이나 경찰 등의 제복을 통해 그 사람의 신분과 지위, 업무를 짐작하며 또한 그 사실을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주황색을 띤 소방관의 기동복이나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방화복을 입고 있으면 당연히 국민들은 소방관인 것을 알고 있다.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게는 긴급피난이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형법 제22조 2항에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란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과 같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일정한 위난을 감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를 말하는데 이와 같이 긴급피난이 허용되지 않는 직업군들이 일반인과 다르게 제복을 입고 있다.

제복은 일단 착용하면 신분으로써의 구속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 때 구속력은 책임감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선원들이 제복을 벗어던지고 신분을 위장한 채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몸을 빠져나온 무책임과 부도덕한 행위는 제복의 의미와 이미지를 훼손시킨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최근 ‘한국인의 직업관‘ 조사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아야 하는 직업 1위로 소방관으로 뽑혔으며, 소방관의 제복은 대표적인 ’명예로운 제복‘이다. 자신보다 국민, 나라를 위해 열악한 환경과 위험 속에서도 몸을 던지는 영예로운 직업이기 때문이다.

경찰과 군인 등도 그런 면에서 ‘명예로운 제복’에 꼽힌다. 이런 명예로운 소방관의 제복을 입고자 봉사와 희생정신이 투철한 젊은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시간과 열성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한 모임에서 경찰서장에게 상석을 양보했는데 그 이유는 ‘제복을 입은 공직자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라는 의미였고 그 또한 제복의 의미와 자격을 아는 분이었다. 이렇듯 제복이 주는 의미는 매우 무겁다. 비록 생계 때문에 선택한 직업일지라도 뜨거운 불길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뛰어드는 소방관들은 국민을 위한 봉사와 희생정신이 없이는 오래 견디지 못한다.

경남의 소방관을 양성하는 경남소방훈련장의 훈련탑에는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온다)’이란 가슴 속에 항상 품도록 하는 글귀가 있다.

국민이 위험에 빠졌거나 재난상황에 닥쳤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소방관들이 훈련을 받으면서 항상 가슴에 새기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소방관들은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급상황에서 이들이 현장에 활동하기 위해 착용하는 방화복과 장비의 무게는 20kg 이상이다. 24시간을 셋으로 쪼개 교대로 근무하는 소방관들은 낮과 밤이 바뀌기 일쑤이고 긴장 속에 선잠으로 지새는 밤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태풍 ‘차바’로 구조활동에 임한 울산소방서 강기봉 소방사가 순직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이 모두가 국가가 부여한 임무 수행 중이었다. 그런 희생 위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제복의 희생과 헌신에는 애써 눈감고 이용하거나 누리기만 하는 자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곧 11월9일이 다가온다. 이날은 ‘119’를 상징하는 ‘소방의 날’이다. 소방의 날을 기념하여 숭고한 그 희생정신을 떠올려 보자. 국민이 가장 위급할 때 필요한 119! 우리의 영웅이라 부르는 소방관!, ‘나라와 국민이 입혀준 수의’라고 말하는 제복을 입는 소방관들의 권위를 존중하고,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국민들로 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2016년 10월24일
이강호 함안소방서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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