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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호통’ 아닌 ‘치밀한 준비와 노력’에서 나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올해 국정감사 평가 논평 발표
2010년 10월 24일 (일) 18:44:03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2010년 국정감사가 사실상 끝났다. 오는 10월26일부터 진행될 겸임상임위원회(여성, 정보, 국회운영위원회) 국감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올해 국감도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여당의 피감기관 감싸기 행태는 여전히 심각했고 제1 야당은 국감을 목전에 두고 치러진 전당대회로 인해 준비가 부실했다. 20여일의 짧은 기간에 500개가 넘는 피감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국감의 제도적 한계 외에 증인 불출석, 피감기관의 자료 제출 거부 등 국감을 더욱 더 요식절차로 전락시키는 행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여야가 함께 공론화해 성과를 이끌어낸 활동도 있었다. ▲인체 유해성은 물론이고 법적근거가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현오 경찰청장이 도입을 고집하던 ‘음향대포’는 야당 의원들의 끈질긴 문제제기와 여당 의원들의 신중한 도입 요구로 끝내 유보됐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들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불승인처리에 대해서도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국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점을 지적했고 직업병 발병의 ‘인과 관계 입증에 대한 책임을 사업장이 져야한다’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국감장에서는 향후 환노위 차원의 ‘직업성 백혈병 연구 소위원회‘ 구성이 제안됐다. ▲대검찰청 국감에서는 의원들의 끈질긴 제기에 검찰총장이 ’검사의 편법적인 청와대 파견 근무는 문제점이 있다‘고 인정했고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가 ’성공한 수사라고 할 수 없다‘는 답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법사위 국감에서는 민간인 불법사찰 과정을 청와대에 보고한 메모가 공개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새롭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진 못했지만 SSM규제, 전세난, 저소득층 장학금 지급, 사학의 비리재단 복귀 등에 대해 손 놓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질타하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공론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참여연대는 지난 1년간 정부가 편 주요정책을 평가하고 중요한 현안이 됐던 사안을 검토해 ‘2010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할 42개 과제(10월1일)’를 발표한 바 있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과제 중 이번 국감에서는 ▲특히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강행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집중 제기됐다.

이미 1년 전 국감에서도 문제된 바 있는 대기업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의혹과 이에 대해 1년째 조사만 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문제점,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친수구역특별법만 바라본 채 8조원이나 되는 부채 해결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는 수자원공사의 문제점, 무면허 골재체취 업체와 기준치의 수배가 넘는 토양오염을 방조, 방치하는 국토해양부의 위법·탈법 행태, ‘농어촌체험활동’을 빙자해 공무원들을 4대강 사업지역을 탐방케 해 홍보활동을 하는 행정부의 행태 등이 지적됐다.

거기다 국감이 진행되는 와중에 청와대가 여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4대강 살리기 이슈 대응’이라는 문건을 뿌려 사실상 ‘4대강 대응 지침’을 내린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상기후, 유통구조, 채소재배 면적의 감소 등으로 채소값 폭등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그 부담을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시킨 것에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의 질타와 추궁이 이어졌다.

▲반면, 국민적 의혹이 남아있는 천안함 사건은 그 중요성에 비해서 매우 불충분하고 불철저하게 다뤄졌다. 우선 지금까지 합조단과 국방부가 국회를 상대로 허위보고와 축소보고 말바꾸기를 능사로 해 온 것에 대해 철저한 책임추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둘째, 지난 6개월 여 간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제기돼온 여러 가지 의문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셋째, 연어급 잠수정의 경우 지난 2005년 이후 그 제원과 운용상황을 한미가 면밀히 추적해왔다는 이제까지의 군의 설명이 명백한 허위보고이고 해당 잠수정의 제원과 실체조차 확인되지 않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진실의 직전까지 가서 추궁을 멈추고 도리어 연어급 잠수정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인정해주었으며 지금까지의 허위보고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피감기관의 ‘자료제출 거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이다. 특히 외교부, 검찰, 국세청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의 자료제출 거부는 국정감사 방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도른 넘은 것이었다. 외교부는 평시에도 공개했던 특채 합격자 명단을 ‘개인의 신상자료’라는 이유로 거부해 전직 외교부 장관 출신의 야당 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았고 법사위 소속 여당 원내대표조차 ‘수차례 독촉을 해도 대검에 자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국방부는 국감 전에 독립된 외청에까지 사실상 ‘사전검열 지침’을 내려 보내는 구시대적 행태를 저질렀다. 국방부의 태도가 이러하니 기무사가 국감장에서 야당의원의 발언을 놓고 군사비밀보호법 위반인지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비상식적인 일마저 발생한 것이다.

온갖 사유를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피감기관의 태도는 고의적인 국감회피 또는 방해에 다름 아니며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아울러 지난 5월 법 개정을 통해 자료제출과 관련된 처벌 조항이 신설된 만큼 국회는 강력한 조치를 통해 행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증인불출석’ 행태는 올해 역시 매우 심각했다. 상임위마다 사건의 핵심적인 증인들이 납득이 안되는 사유로 대거 출석을 거부했다. 대표적으로 특채 사건의 당사자인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해외 요양과 특강’을 이유로(외통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의 핵심 증인인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은 ‘관련 사건이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사유도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했다(정무위, 법사위).

또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보유 발언과 관련된 핵심 증인인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검찰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불출석했고(법사위), 이른바 ‘큰집 조인트’ 발언으로 청와대의 MBC 인사개입 파문을 일으켰던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진료와 강의’를 핑계로 출석하지 않았다(문방위).

이 외에도 ‘회의, 출장, 건강검진, 풍수지리 강좌 수강’ 등 가지각색의 사유가 제출됐다. 그뿐이 아니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국회의 ‘동행명령’도 거부해 법사위로부터 고발당했으며 유명환 전 장관은 두 번째 출석요구도 응하지 않아 상임위에서 고발을 검토 중이다.

국회는 합당한 사유 없이 국회의 출석 요구를 무시해 국감을 무용하게 만드는 증인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원도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고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가벼운 처벌이 아니라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 할 것이다.

이상 제기한 문제 외에도 질의순서가 바뀌었다고 짜증을 내거나 대통령에게 물어보라며 언성을 높이는 장관이 등장하고 국토해양위 위원장이 두 차례나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하고 국감을 서둘러 끝내 야당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등 볼썽사나운 일들도 적지 않았다.

몇몇 장관과 일부 상임위원장이 국정감사를 가볍게 여기니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준비와 답변으로 재국감 사례들이 속출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감은 끝났지만 여야는 국감에서 제기된 시정요구사항을 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책임 있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출석 요구를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거부한 불출석 증인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정감사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냉소적인 ‘무용론’을 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 최소한의 장치를 통해서나마 국민의 눈과 입이 돼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국회의 책무마저도 경시될까 우려된다.

예를 들어 4대강을 둘러싼 논란을 막연한 정치공세쯤으로 치부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대다수 국민이 우려하는 이 거대국책사업의 절차적, 내용적 문제점에 대한 냉소를 의도하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다만 문제가 국감의 실효성과 책임성을 보다 높이는 것이라면 그 방안은 이미 충분히 제안돼 있다. 국감을 정상화하려면 무엇보다 ‘몰아치기식 국감’을 개선할 방안부터 도입해야 한다. ‘상시국감’ 도입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도 충분하고 이에 대한 법안(이용섭, 진수희, 권택기 의원안 등)도 현재 국회에 여러 건 제출돼 있다. 국회는 더 이상 논의를 늦추지 말고 국감 개혁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의지이다. 이번에도 미룬다면 내년 국감에서도 똑같은 문제점이 반복돼 지적될 것이다. 국회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세우고 국감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진력하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비판받는 것은 피감기관이 아니라 국회가 될 것이다. 입법부의 권위는 ‘호통’이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개선 노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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