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식 강북소방서 서장
현대인의 소비문화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이를 충족하기 위한 많은 신규업종이 창업되고 있다. 이중 음식점, 주점, 노래연습장, PC방 등(24개 업종)은 대중이 수시로 왕래하는 장소로 이를 ‘다중이용업소’라고 하며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생명, 신체, 재산상의 피해 우려가 높은 장소이다.

그 실례로 1999년 10월 인천 호프집에서 13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재가 있다. 당시 이 건물 지하 노래방에서는 내부 수리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르바이트생 2명이 시너와 석유로 불장난을 하다 화재가 발생했다.

화염은 계단을 타고 2층 호프집의 하나뿐인 출입구를 통해 급격히 연소 확대됐으며 손님들은 호프집 실내에 가득 찬 유독가스와 열기를 피할 곳이 없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됐다.

더욱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웃 고등학교에서 축제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던 10대 청소년들이었으며 비상구가 막혀 발생한 사고라 안타까움을 더 했었다.

위 사례에서 보듯 비상구는 다중이용업소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시설로써 현재 모든 다중이용업소에 비상구 설치 의무가 법제화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업소의 재산 도난 방지, 영업 이익 추구, 이용 편의 등을 이유로 비상구가 설치돼 있어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000년 10월 성남유흥주점 화재, 2012년 5월 부산노래주점 화재 등에서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도 비상구 폐쇄와 장애물 설치 등 비상구의 부적절한 관리가 또한 주요 원인이었다.

이렇듯 비상구는 단순히 출입만을 위한 문이 아니라 화재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생명의 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방관계법규는 다중이용업소 영업주에게 비상구 주변이나 통로에는 피난에 장애가 되는 물건을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때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제재보다 중요한 것은 영업주 모두가 ‘비상구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이라는 것을 늘 염두 해 점검과 관리를 생활화 하고, 일반 시민들은 역시 평소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해 혹시 모를 화재에 대처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6년 11월30일
박세식 강북소방서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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