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기구와 수술장비가 턱 없이 부족한 아이티 지진 현장에서 한국의료진에 의해 제왕절개수술로 여아가 탄생했다.

미담의 주인공은 바로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박관태 교수. 당시 그는 국내서 단일 의료기관으로서는 처음 아이티에 파견돼 진료중이었던 고려대의료원 의료봉사단의 일원이었다.

고려대의료원 아이티 해외의료봉사단은 진료 둘째날인 지난 1월24일 새벽 5시50분쯤 국제 의료캠프내의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제왕절개수술을 해줄 수 있는 외과의사가 급히 필요하다는 전갈을 접하게 된다.

“어제 저녁부터 진통이 시작됐다. 분만이 예상대로 되지않아 생명이 위급한데 수술할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박관태 교수팀은 급히 준비한 후 10여 분 거리의 인근 병원에 도착했다. 박 교수는 혈관이식 전문의로 고난도의 혈관수술은 수없이 해치운 그였지만 분만수술을 해본 적이 없었다.

비포장의 길의 덜컹대는 트럭에 않아 산부인과 의사(전문의 정수경)인 부인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부인과의 긴급 통화에서 수술과정을 머리에 입력시켰다. 숨이 막힐듯한 짧은 긴장감이 맴도는 순간이었다.

어둡고 비좁아터진 허름한 수술방. 어두컴컴한 수술방 앞에서 한국, 미국, 독일 의사와 간호사들간에 긴박한 말이 쉴새 없이 오갔다. 처음에 자신만만했던 미국 가정의학 전문의인 케빈은 직접 제왕절개술을 해본 적이 없지만 수술 보조는 자신 있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독일인 의사는 마취가 전공이라 마취를 맡았다. 또 미국인 조산사인 여자 한명, 그리고 의료봉사팀의 일원인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박중훈 교수와 안암병원 기지영 수술실 간호사 등이 한 팀이 되어 새 생명 탄생을 기다렸다.

이제 남은 건, 결단 뿐. 머무를 시간도 도망갈 곳도 없었다. 오직 앞으로 나갈 길 밖에 없다. 마취기구도 없고 전신마취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수술용 재료도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은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박관태 교수는 “미국 독일 등 각국 의사들이 힘을 모아 아기와 산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던지고는 제왕절개술을 시작했다.

숨막히던 순간이 흘렀다. 수술후 40분쯤 경과 후 마침내 딸 아이가 세상으로 나왔다. 아기는 울을을 터트렸고 의료진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티 한국의료봉사단 파견사상 첫 아기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 이었다.

여아를 순산한 마르타(32세)와 그의 가족은 한국의료팀에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구사일생으로 어렵게 두 번째 아기를 순산한 것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했다.

박관태 교수는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아이와 산모를 살려야 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미국 독일 등과 순식간에 다국적팀을 만들어 아이를 순산하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기의 울음이 터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졌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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