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크리스마스날 서울의 대연각호텔 화재는 163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했던 대형 참사였다. 당시 스프링클러도 없었던 데다가 가연성 마감재와 피난로의 폐쇄가 인명피해를 키웠다.

지난 10월 초에도 부산의 38층 주상복합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10분 만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순식간에 옥상까지 번져버린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도 방화벽과 스프링클러 덕분에 화재가 건물 내부로 확대되지 않아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뻔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고층건물의 경우 화재발생시 소방차나 고가사다리차에 의한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고층건물은 거주 인구가 많고 계단실 등을 통해 화재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어 피해 규모가 매우 커질 수 있다.

특허청(청장 이수원)은 고층건물이 증가와 함께 고층건물 화재 관련 특허출원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월7일 밝혔다. 

지난 1970년부터 2010년9월까지 고층건물 화재 관련해 총 1999건이 출원됐는데 지난 1999년 이전에는 출원 건수가 연평균 30여 건 미만이었으나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연평균 139건, 2005년에서 2009년까지는 연평균 187건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출원 증가와 함께 특허 기술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990년 이전에는 탈출과 화재경보 관련 기술이 전체의 90%로 대부분이었으나 1990년 이후에는 불연내외장재 관련 기술(33%), 탈출 관련 기술(30%), 비상문 자동개방 관련 기술(6%),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소화 관련 기술(5%), 계단실 등 수직공간의 압력을 조절하거나 급배기를 통해 유독가스 확산을 방지하는 제연 관련 기술(5%), 방화벽 관련 기술(3%) 등 기술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고층건물에 화재 시 지상까지의 대피가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인명구조를 위해 탈출 관련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탈출 관련 기술은 전체의 30%로 607건이 출원됐다.

지난 000년 이전에는 완강기나 곤돌라 등이 대부분이었으나 2000년 이후에는 사다리, 낙하산, 승강기, 인접세대 대피, 안전매트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큰 비중(82%)을 차지하고 있는 완강기나 안전매트 등 건물 외부를 이용한 탈출 기술은 10층 이상의 고층에서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인접 세대로 대피하는 기술이 많이 출원되고 있는데 총 41건으로 전체 고층건물 탈출 관련 출원의 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평상시 사생활 침해나 도난 등의 우려가 있고 화재가 인접세대로 확대될 경우 효용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이후 낙하산을 이용한 탈출에 관한 출원이 증가하고 있으나(35건), 일반인이 비상 시 침착하게 낙하산을 조작하는 것이 쉽지 않고 펴지는데 다소 시간이 걸려 또 다른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 실제로 911테러 당시 낙하산으로 탈출을 시도했다가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사망한 사례도 있다.

고층건물 화재 관련 기술개발에 힘입어 고층건물의 화재에 대한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50층 이상 초고층건물이 경쟁적으로 세워지고 있고 100층 이상 건물들이 계획되고 있음에도 관련 기술수준은 20층 규모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초고층건물에 적용 가능한 기술의 연구·개발이 시급하고 건축물의 계획단계부터 제반사항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경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우수한 특허기술에 대해서는 실제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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