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제 서울시립대 재난과학박사 과정
2014년 4월16일! 당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던 기억과 함께 우리는 이 날을 잊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3주기를 맞이하며 ‘제3회 국민안전의 날’을 기념하면서도 세월호 침몰사고의 생생했던 교훈이 사라지고 있다.

일제시대 단재 신채호 선생의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라며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되고 토한 음식을 다시 먹는 돼지와 같다’라는 명언을 되새겨본다.

안전공학분야에 ‘1 : 29 : 300의 법칙’ 또는 ‘하인리히(Heinrich)법칙’이 있다. 300여명의 사망이전에 이미 29명이나 1명의 사망 또는 부상의 아차사고로 이미 경고신호를 보내왔음에도 인지하고 예방, 대비하지 못한채 이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준비해야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고, 재난시에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려야 할 텐데 하는 역사적 소명(召命) 앞에 서게 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예산이 크게 늘어나고 제도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없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한국갤럽이 2017년 4월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세월호 참사 후 대한민국의 안전이 얼마나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71.3%가 ‘변화 없다’고 답했으며, ‘악화된 편’ 8.3%, ‘매우 악화된 편’ 6.6% 등 더 나빠졌다는 의견도 꽤 많았다.

긍정적인 의견에는 ‘매우 개선됐다’ 1.4%, ‘개선된 편’ 9.3% 등 10.7%에 그쳤다. 일반 시민의 의식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안전한국을 지향하는 국민행복안전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난전문가로서 차기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의 개편에 조그만 제안을 해본다. 

세월호 참사 후 3년, 총 1091일 만에 선체의 육상거치 작업이 11일 완료됐고 이제 9명 미수습자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색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침몰된 세월호는 육상으로 올라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권좌에서 내려오고 급기야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변화가 있었다.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할 수 있는 것을, 왜 3년 동안...”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며 전문가들 조차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됐다.

이제 오는 5월9일로 확정된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시계가 빨리 돌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제2의 세월호 사고 예방 및 대비/대응 시스템과 함께 복구/부흥을 위한 재난관리의 제 과정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복잡다기하게 변화하는 동북아 국제정세 및 AI 등 신종재난의 출현에 따라 전통적 안보, 재난관리, 국가핵심기반 마비 등 포괄적 안보개념을 적용해 국가위기관리체제를 정비를 서둘러야 할 상황이 됐다.

제6차 북한 핵실험가능성 및 미국의 선제타격전략 등 한반도 긴장고조의 상황가운데, 신(新) 조선책략의 교훈을 재조명하고 국가위기의 소용돌이의 과정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하며, Ulich Beck 교수의 초위험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본다.  

우리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의 대표자들은 ‘민주적 정당성’에 근거해 ‘국민의 소리’를 듣고 대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국민은 그러한 정부와 공무원의 부패와 무능함에  분노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함께 당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 해체 및 국민안전처 신설을 선포했다.

그러나 3년의 시험기간과정에서 실패한 재난관리 정책으로 결론이 났다. 이제는 재난사고 초기대응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Golden Time에 ‘국민안전 최우선’으로 준비된 희생정신과 전문적으로 훈련된 모습으로 신속하게 구조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즉, 재난현장을 가장 잘 알고 평소에도 5분대기조같이 출동태세를 갖추며 항상 24시간 준비된 사람들이 있다. 죽어가는 시민들을 보면 즉각적으로 내부진입하며 인명구조하도록 DNA를 가진 사람들이다.

미국의 911테러 사고시 수많은 시민이 WTC건물을 탈출할 때 내부에 시민이 있으니 구조하라는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활동하다가 순직한 343명의 소방관이 바로 그들인데 그런 시스템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홍제동 화재사고 등 수많은 순직사례를 통해 진정으로 자신들을 재난현장에서 끝까지 구해줄 사람은 119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 소방관의 핵심가치와 기본이념이 ‘신뢰, 헌신, 봉사’이지 않은가? 국민들은 가장 위험한 순간에 자신들을 안전하게 지켜 보호해 줄 공조직이 119라 믿고 무한 신뢰하고 있다.

다음으로 현장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심으로 재난현장이 관리돼야 한다. 위기관리 및 재난관리시스템을 비전문가인 일반행정하는 페이퍼 웍(Paper work) 중심체제로 운영되지 않고, 재난현장과 긴밀하게 연계되는 예방-대비-대응-복구 순서로 일련의 SOP절차에 따라 명확한 지휘체계로 일사불란하게 신속하게 움직이는 현장활동(Field work)중심으로 개혁돼야 한다.

이제는 멋있게 정부조직 간판 바꾸기와 옷 갈아입기로 포장하며 위인설관(爲人設官)할 것이 아니라, 재난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재난대응시스템으로 혁신해야 한다. 평소에도 훈련하며 준비된 가운데 일반행정과 안전교육 등 재난방재실무에도 능통한 인력을 보유한 조직을 중심으로 재난대응체제를 혁신함이 필요하다.

즉, ‘농사 일은 농부에게 맡겨야한다’는 뜻이다. 재난안전의 전문가(Specialist)에게 맡길 것을 일반행정가(Generalist)에게 담당시키니 현장과 안맞는 엇박자 탁상행정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유사시 대형재난현장에는 작동하지 않는 것인데, ‘Specialist의 Generalist화’가 그 대안이라 본다.

재난관리의 프로세스 중에서 예방과 복구분야는 일반행정조직 중심으로 개편하고 대비와 대응분야는 현장전문가(Specialist)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재난예방 비용=낭비’라는 인식하에 국가 및 기업의 CEO들은 안전분야 예산을 전체 중에서 0.3%만 배정했는 바, 이는 곧 예고된 ‘사고 공화국’의 모습이라 본다. 대형재난이후 ‘외부불경제(外部不經濟)효과로 국민경제가 장기적인 불황을 겪게 될 것임에도 ‘땜질식 처방’으로 사후대책을 일관해 온 관행이었다.

앞으로 ‘안전은 투자다’라는 인식이 국가핵심 인프라로 정착돼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평가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안전교육체계를 혁신해 평상시 모든 국민의 의무적인 안전교육방침으로 실천중심의 안전문화운동을 체계적으로 지속 전개해 안전불감증을 불식(拂拭)시켜야한다.

그 방법도 국민안전교육진흥기본법을 활성화해 행동주의 학습이론에 따라 현장활동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육자격자를 통한 체험식 안전교육의 전문화 방식이 타당하며 안전교육을 통해 함께 살아가며 불특정 다수인을 배려하는 인성교육을 2015 개정교육과정의 실시와 함께 활성화를 추진한다.

끝으로 국가위기관리 및 재난대응시스템의 혁신방향을 정리해 본다. 군사 중심의 전통적 안보 개념으로부터 각양각색의 모든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위를 적극적으로 보장한다는 ‘포괄적 안보’ 개념으로 복귀가 필요하다.

그래서 국가 또는 범정부 차원의 위기관리와 재난안전관리 체계에 관한 기획∙조정∙통합 기능과 중대 위기 및 재난 상황에 대한 국정최고책임자 보좌와 지휘 지침사항의 이행점검 기능을 수행하는 컨트롤 타워를 청와대가 담당해야 한다.

그리고 위기관리와 재난안전관리 정책의 기획∙집행, 중앙부처 간 관련 업무의 조정, 조율, 협조, 총괄 기능을 수행하는 중앙정부 총괄집행기구를 신설하고 지역 재난현장 대응체계를 재정비해 현장기관인 119 소방청 및 해양경찰청을 독립 외청으로 조직설계해야 한다.

또한 현재 유력한 대선후보들의 공약(公約)인 바, 119소방청은 국가와 지방조직으로 이원화된 소방공무원들을 72%가 공동사무인 것을 감안할 때 국가직으로 일원화하도록 정책집행함이 필요하다.

자고로 한 인간의 생명가치는 온 지구의 무게보다도 더 무겁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 제34조 제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한 바, 지식집약을 총칭하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진입하는 가운데 신종재난 및 광역재난에 대응하는 재난현장 관리조직개편이 중요하다.

지방분권화 시대임을 감안해 국민행복 안전복지를 실현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국민안전의식의 요구도(要求度)에 걸맞는 재난안전정책이 절실하다.

지혜의 왕인 솔로몬이 소중히 간직했다는 명언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라는 교훈 속에서 재난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동일한 실수가 되풀이 않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2017년 4월17일
김성제 서울시립대 재난과학박사 과정,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재난소방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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