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등이 각 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고 4월17일부터 공식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민주당, 국민의당이 여타 대통령 후보 지지율에 비해 강세를 보이면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선 공약에서 ‘안전 분야’, 특히 국민안전처(일반, 방재, 소방, 해경)의 향후 조직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세이프투데이는 지난 4월14일 송용선 전국 4년제 소방학과 교수협의회 회장(목원대 교수)을 서울 모처에서 만나 ‘국민안전처 평가’, ‘독립 소방청’,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는 소방조직 일원화’ 등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는 송용선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 송용선 전국 4년제 소방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1. 우선 소방방재청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가 신설된지 2년6개월 남짓 합니다. 그간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체제를 평가 한다면?

= 박근혜 정부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건 발생 7개월 후 충분한 조사와 검증 없이 ‘아무런 잘못이 없었던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합쳐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모함은 말 할 것도 없지만, 소방조직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해체를 당한 꼴이 됐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을 비롯한 소방 관계자들의 상실감과 자괴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던 것이 사실이다.

소방방재청이 해체돼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체제가 들어선지 대략 2년6개월이 됐다. 그간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체제를 평가한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소방의 위상과 위치는 크게 추락해 과거 1975년 내무부 산하 소방국 체제로 되돌아간 셈이 됐다.

그래서 많은 소방 학자들은 소방의 존재감이 과거 소방방재청 시절보다도 위축됐다고 대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것은 국민안전처는 출범 당시부터 소방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응차원에서 권력의 힘으로 급조한 조직병합의 산물로 상당한 문제점과 우려를 않은 채 기형적 구조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얘기하자면 소방의 정체성 및 특수성 그리고 소방의 핵심역량 등은 크게 약화됐고 국민안전처 내 소방공무원들의 사기저하 및 상대적 박탈감 등 그 불만은 극에 달해 있다.

또 세월호 참사에서 얻어야 할 값진 교훈들, 이를 테면 소방·재난관리 및 지휘체계의 일원화, 업무의 통합 그리고 지방과의 유기적인 연계 등은 오히려 뒤 걸음 친 것으로 평가 할 수 있다. 그리고 불필요한 보고서 양산과 지시공문 등으로 페이퍼 조직이 됐다는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체제는 사실상 실패한 조직으로 더 이상 수수방관 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평가 할 수 있다.

2.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소방분야의 핫이슈(Hot issue)로 등장하는 ‘독립 소방청’ 신설에 대한 견해는?

= 소방청 신설 문제는 20여년 전 부터 정권교체기 마다 매번 제기될 만큼 소방의 현안이고 민감한 문제였다. 요즘 다시 소방학계를 비롯해 학회, 협회, 정치권 등에서 순수 소방공무원으로 구성된 단독 소방청의 필요성 등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

사실 소방청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답은 찬반논쟁이 있지만 이미 몇 다스(daus)의 정답이 제공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이를 다 얘기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는 더 이상 논의할 필요성조차 없을 정도로 국민의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독립 소방청 신설은 다소 늦은 감이 있어 아쉽기도 하다. 그것은 학계의 연구와 자료 등을 검토해 보더라도 소방청이 독립돼도 충분할 정도의 자체 업무량과 자체기관을 운영할 전문인력 및 기술, 산업 등 제반 여건 등을 갖췄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소방청 독립과 관련해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방재와 관계이다. 지난 ‘소방방재청’ 시절처럼 소방과 방재를 한데 묶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당시 특정직인 소방공무원과 일반 행정직인 방재공무원간 서로 이질적이고 배타적인 직렬의 혼재로 인해 첨예한 대립과 갈등, 반목 등 그 병폐가 매우 심각한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최근에는 소방조직 - 방재조직, 소방공무원 - 방재공무원, 소방학 - 방재학, 소방산업 - 방재산업 등으로 나눠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양 분야를 분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소방청 독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2007년 5월9일 새롭게 탄생할 차기정부는 대다수 국민의 요구이며 실효성 높은 대 국민 안전역량 확보를 위해 소방공무원들의 오랜 염원인 독립된 소방청을 신설해야만 한다.

3. 근간 소방청 독립과 함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문제도 심도 있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현재 소방서장(소방정)까지만 국가직화 하자는 의견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소방청 신설의 일차적인 목적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확립해 현장 중심의 신속한 재난 대응력을 준비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소방공무원의 소속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차원에서 논의가 돼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의 소속은 국가 소속, 광역정부 소속, 기초 정부 소속 모두 3가지 형태로 매우 복잡한 형태로 돼 있다. 또 소방공무원 계급 체계상으로는 광역정부나 기초정부 소속의 경우 국가직인 소방본부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지방직 소속으로 돼 있다.

현재 학계, 정치권을 비롯한 각종 토론회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관련 논의의 핵심은 소방공무원 계급체계 상 어디까지를 국가직화로 할 것 인가이다. 대체로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현행대로 할 것인가? 둘째, 소방서장급인 소방정으로 단계적으로 할 것인가? 셋째, 아니면 전면적으로 할 것인가? 등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대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 견해가 많으며, 소방서장급인 소방정으로 단계적으로 하자는 견해는 국가예산부담 완화, 중앙과 최소한의 연결고리기능 가능, 전면적 국가직화에 따른 충격완화 그리고 지방분권 시대정신 등의 이유를 들어 소방정 정도를 우선 국가직화 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주장도 나름 일리는 있지만 국민의 안전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당위론뿐만 아니라 그간 소방공무원 지방직화에 따른 만성적인 소방인력 및 장비부족, 소방서비스 불균형, 소방공무원 근무여건 후진성 그리고 소방공무원 직무만족도 및 사기저하 등 지방직화 폐단의 오랜 경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미비, 국가단위 소방정책 실행력의 무력화 그리고 오늘날 대부분 소방사무의 국가사무화 경향 농후 등을 비추어 볼 때, 전면적인 국가직화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현재 소방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어 대규모 복합재난 등 비상시 컨트롤 타워문제가 심각하니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추기 위해 국가직으로 일원화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직화를 소방서장급인 소방정으로 제한 한다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생각이 든다. 아마도 머지않아 전면적인 국가직화 요청이 다시 제기돼 큰 혼란과 잡음이 생기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4. 그렇다면 왜 소방청 독립과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필요성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못했는가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신다면?

= 그동안 소방청 신설과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에 대한 논의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이슈화됐고 최종단계에서 아쉽게도 백지화되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 당선자의 결단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볼 때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원인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할 수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방조직의 허약성과 무능에서 기인했고 특히 소방조직 최고수장의 의지와 노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 한 것은 소방조직의 최고수장인 소방총감이 소방청 독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책임감 그리고 논리를 갖고 자신감 있는 리더쉽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울지 않는 아이에게는 젖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자기가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쉽게 구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번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우리의 요구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관철 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소방조직의 최고수장인 소방총감의 막중한 역할을 기대해 본다.

5. 끝으로 바람이 있다면?

=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 후보자들은 각기 다른 안전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후보는 국민의 안전문제를 헌법적 가치가 있는 국민의 기본권 중 기본권으로 인식해 ‘안전기본권’을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각 대선 후보들은 화재를 비롯해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활동과 일상생활에서의 비 응급한 생활안전문제 등 우리나라 육상재난의 95% 이상을 전담·대응하는 독립 ‘소방청 신설’과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으면 한다.

그것은 그래야 만이 우리 국민이 각 후보자의 ‘소방에 대한 안전관’을 심도 있게 가늠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 소방인의 바람이 있다.

주신(主神) 제우스가 감춰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는 그 대가로 코카서스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 되면 간은 다시 회복돼서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됐다. 그러나 마침내 영웅 헤라클레스에 의해 독수리가 사살되어 그 고통에서 해방됐다 한다.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 괴로워하던 프로메테우스에게 헤라클레스가 있듯이, 우리 소방인의 염원인 독립 소방청 과제를 해결해 주는 헤라클레스와 같은 대선후보자가 나타나주기를 기다려 본다.

2017년 4월17일
송용선 전국 4년제 소방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목원대학교 교수, 독립소방청추진위원회 위원장,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비상임이사, 한국소방안전협회 비상임이사, 목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목원대학교 학생처장, 목원대학교 입시홍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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