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식 교동119안전센터장
얼마 전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를 줄여달라는 현수막에 대한 내용의 뉴스를 본적이 있다.

필자는 그런 현수막을 본적은 없지만 사이렌을 자제해달라는 민원은 겪은 바 있다. 그런 일을 몇 번 겪다보면 스스로 위축돼 사이렌소리에 민감해지게 된다. 사이렌 소리의 크기를 조절해보기도 하고 꺼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방법을 써봤지만 명확해지는 것은 사이렌 소리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첫째 사이렌 소리는 골든타임 확보이다. 사이렌을 울려야만 주위의 차들이 소방차가 출동 중임을 인지하고 미리 비켜줄 준비를 한다. 그리고 소방차는 다른 차들이 비켜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신속하게 출동을 한다.

1분 1초를 다투는 신속한 출동은 한 사람의 생사가 달려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실제로 현장 출동과 병원 이송사이에 사망하는 환자들이 심심치 않게 있는데 그때마다 더 빨리 갔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 사이렌 소리는 안전 확보이다. 사이렌은 자신과 타인을 위한 중요한 안전 확보 장치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사이렌 소리는 타인이 인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이렌 소리를 줄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 그리고 환경은 동일하지 않다. 작은 소리도 잘 들을 수 있을 만큼 귀가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안 좋은 사람도 있고, 조용한 환경에서 운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음악 소리를 최대로 올리고 운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또 사이렌 소리의 크기에 따라 더 멀리 까지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이렌 소리를 줄일 수 없다.

셋째 사이렌 소리를 소음으로 듣는 것은 시민의식의 차이도 분명 있다. 미국에서 겪은 일인데 미국에선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우리나라 보다 더 크다. 보통 하루에 소방차가 두 번 정도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낮이건 밤이건 사이렌을 끄거나 소리를 줄이는 일이 없다.

하루는 교차로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소방차는 한참 멀리 있었는데도 모든 차들이 신호와 관계없이 멈춰 있었다.

한편 도로교통법 상 긴급자동차는 사이렌과 경광등을 켜야만 인정이 되고 우리나라 소방차 사이렌의 기준은 소방차로부터 30m 거리에서 90~120dB이다.

사이렌 소리, 소음이 아니라 한 생명을 구하는 생명의 소리로 들어 줄 순 없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2017년 4월27일
전주 완산소방서 교동119안전센터장 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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