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항 안전모니터 봉사단 중앙회 회장
포괄안보를 한 마다로 요약하면 국민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위협 또는 위험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국민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받아야 한다. 이처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민주주의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우리가 흔히 안보라고 하면 국가안보로 이해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오늘날 안보는 국가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개인 안보다. 이러한 연유는 정치발전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원시인 사회에서 안보는 개인 각자 책임이었다. 그러므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나날을 살아왔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의 지혜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이러한 불안과 공포로 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씨족, 부족사회를 거쳐 고대 국가형태로 발전했다. 이러한 국가형태의 공동체는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안전을 보장받고자 했다. 따라서 지도자를 뽑아서 그 지도자에게 자신의 자유를 저당 잡이고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고대국가는 점점 발전해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도자의 절대 권력이 점점 커졌다.

발전은 언제나 예상치도 않은 방향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을 가져온다. 그것이 절대 권력의 탄생이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저당 잡힌 자유는 억압으로 나타났고 지도자로부터 더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왕이나 봉건 영주는 자신의 부와 권력을 축적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

이러한 전쟁의 와중에서 새로운 질서를 찾아 나선 게 '30년 전쟁'이고 이 전쟁의 처리 방법으로 나온 것이 1648년 베스트팔리아 체제다. 베스트팔리아 체제는 내정불간섭과 주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을 그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각국은 주권에 대한 독립을 보장받아야하며 이 주권이 침해될 경우에는 전쟁으로 해결하게 됐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안보란 곧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프레임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안보를 유지하는 최종적 수단은 군사력이므로 군사적 안보는 곧 국가안보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체제는 주권재민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므로 정치체제를 이루는 주된 행위자가 국민 개인이다. 따라서 국가의 안보가 아무리 튼튼하다고 하더라고 국민 개개인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충분한 안보가 아니다.

북한이 그 좋은 사례가 되며, 왕권 국가나 독재 국가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국가안보는 국민 개개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20세기 중반 특히, 2차 대전 종전을 기점으로 지구상의 상당한 나라들이 민주주의를 채택했고 그 민주주의 체제는 점차 확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의 문제는 상당기간 베스트팔리아 체제의 연장선장에 있었다. 그러다가 2001년 9.11사태이후에 국민 개개인의 안보가 중요하다는 포괄안보개념이 등장했다.

이렇게 된 연유는 사고의 관성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정치체제가 변하더라도 그에 따라 변해야 할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은 관성을 가지고 21세기 초까지 지속됐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9.11이 발생해 새로운 개념의 안보개념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포괄안보 개념은 국민 개개인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모든 위협과 위험으로 부터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는 당위적 상황에 놓여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의 주된 행위자는 국민 개개인이므로 국가는 그 국민 개개인이 요구하는 안전보장을 책임져야 한다.

왜냐고? 국가는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으로 부터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완전한 민주주의라면 정부는 국민이 고용한 심부름센터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회사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는 자기 손으로 뽑아놓은 사람을 “높은 사람, 또는 윗분”으로 생각하는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마찬가지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정치인 또는 공무원이 국민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위험에 몰아넣는 경우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그들에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교육시키고 선출직은 선거에서 따끔한 맛을 보여줘 가르쳐야 한다. 선거 때만 “국민의 머슴으로 일하겠다”고 약속만 하지 말고 진정으로 ‘국민의 머슴’으로 일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 개개인이 하루하루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가 추구하는 진정한 포괄안보의 개념이다.

2017년 6월26일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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