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구 (주)유니타스 부회장
현대 인류사회의 발전을 지금처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무엇일까? 자본주의가 가져온 폐해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다루지 않기로 한다면, 자본주의를 가능하게 한 ‘주식회사제도의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식회사제도의 핵심은 회사의 자본을 소액의 주식으로 잘게 쪼개어 소유를 분산한 데 있다. 소유의 분산은 바로 리스크 인수의 분산을 의미한다. 근대 주식회사는 1602년에 설립된 네델란드 동인도회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영국의 같은 이름을 가진 동인도회사가 2년 먼저 설립되었으나 주식회사형태는 네델란드 동인도회사가 영국 동인도회사 보다 10년 빠르다고 한다. 아래 그림은 영국 동인도회사가 1795년 발행한 주식이다. 

▲ 영국 동인도회사가 1795년 발행한 주식

동인도회사는 인도양과 동아시아 지역에 무역선을 띄우던 회사이다. 당시의 항해기술로 무역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는 성공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매우 벤처성격이 강한 혁신적인 비즈니스였다. 회사의 자본을 여러 주식으로 쪼개어 분산소유 하므로 주주 개개인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물론 무역선 비즈니스가 성공할 경우 막대한 수익이 주어졌다. High Risk – High Return이였던 셈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 시행되고 있다. 자통법은 21세기형 동인도회사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2008년에 불어 닥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인한 투자금융업의 몰락으로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자통법은 조용한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주식회사 형태로 미흡한 혁신프로젝트의 리스크분산을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의 설계가 가능해 진 것이다.

내 서재에는 예일대학 로버트 쉴러 교수의 ‘새로운 금융질서(The New Financial Order)’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21세기 리스크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데, 그 이유는 현대의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리스크를 수익모델로 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리스크를 수익모델로 하는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산업의 리스크 구조와 이 리스크를 오히려 수익모델로 삼을 수 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첨단산업의 특징은 1등으로 수익모델을 확정한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2등 이하의 기업은 어떻게 기업관련 리스크를 분산하느냐가 바로 생존을 판가름하게 되었다. 17세기 무역선을 띄우던 때와 같은 리스크를 기업이 안고 있다.

R&D와 관련된 투자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SWORD(Stock Warrant Off-Balance-Sheet R&D)라는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또는 투자리스크를 전가할 수 있는 Meta Risk 인수기구를 만들 수도 있다. 전경련, 중소기업연합회, 업종별 유관단체 등에서 이러한 Meta Risk 인수기구를 지원하거나 형성하여 혁신형 산업과 관련한 기업리스크를 완충해 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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