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소방서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매년 정기적으로 소방연감이 제공되고 있다. 아직 연초라 2017년도 연감이 제공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5년간(2012년 ~ 2016년)의 소방연감에 기록돼 있는 통계자료에는 독일의 다른 소방서 연감에서 제공하지 않는 독특한 통계자료가 있는데 그것은 오인출동의 세부사항이다.

함부르크 소방서 최근 5년간의 화재출동의 통계는 사진 1과 같다.

▲ 함부르크 소방서 최근 5년간의 화재출동의 통계는 사진 1

※ 오인 사유 세부 사항
① 기계적 오류 : 소방대상물의 경보설비가 전자기적인 원인으로 인해 감지기의 작동 없이도 경보를 울리고 자동화재속보설비를 통해 소방서에 자동신고 및 출동한 건수
② 악의적 작동 : 주로 비상벨을 누르거나 감지기에 헤어스프레이 등을 뿌리는 방법으로 고의로 경보설비를 작동시켜 자동화재속보설비를 통해 소방서에 자동신고 및 출동한 건수
③ 감지기 작동 : 소방대상물에서 실내의 습기, 담배연기, 먼지 등으로 인해 감지기가 작동해 자동화재속보설비를 통해 소방서에 자동신고 및 출동한 건수
④ 단독경보형 : 가정 내 설치돼 있는 단독경보형 연기감지기가 울려 이를 인지한 거주자에 의해 소방서에 신고돼 소방대가 출동한 건수

◆ 오인출동의 증가 추세 = 통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오인으로 인한 화재출동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추세를 보면 해가 갈수록 오인출동이 증가하고 실제 화재출동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인데, 2016년도의 통계에서는 오인출동 건수가 실제 화재출동 건수를 앞서기까지 한다.

이러한 추세는 그래프 사진 2를 통해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

▲ 그래프 사진 2

통계표에서는 오인출동을 구분해 표시했는데 크게 소방대상물에서 기계적 오류나 고의 작동, 또는 비화재 시 감지기의 작동으로 인해 자동속보설비가 작동해 자동신고가 된 경우와, 가정에 설치돼 있는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비화재 시 작동해 이를 인지한 사용자가 직접 신고한 경우로 나뉜다.

◆ 오인출동의 원인 = 이렇게 오작동이나 오인출동이 많은 이유는 독일에 연기감지기가 아주 많이 설치돼 있고 아주 많은 소방대상물이 자동화재속보설비로 소방서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거의 모든(전부에 가깝게) 소방대상물이 규모와 상관없이 소방서에 자동화재속보설비로 연결돼 있다. 대신 작은 건물은 인근의 은행이나 기업 등의 큰 건물의 방재실을 통해 소방서로 연결된다.

또 우리와 달리 소방대상물에 거의 모두(전부에 가깝게) 연기감지기만 설치된다. 이는 오작동이 많더라도 화재초기에 가능한 한 빨리 화재를 인지하고 소방대가 출동해야만 화재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가정용 연기감지기 작동에 따른 출동이 많은 것도 큰 특징인데 이는 독일에서 가정용 연기감지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함부르크의 통계에서는 유독 2015년에 단독경보형 연기감지기에 의한 오인출동이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함부르크에서 신규 건물에 대한 단독경보형 연기감지기 설치시한이 2015년이었다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 오인출동의 효과 = 이러한 화재 오인출동이 너무 많아 낭비나 비효율의 논란을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함부르크 소방서는 이를 감안해 또 다른 통계자료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는데 그것은 소방대상물에서 화재감지기 작동에 따른 출동이 실제 화재로 확인된 사례의 통계자료이다.

가정집 등을 제외한 소방대상물만의 자동화재속보설비를 통해 자동 신고돼 출동하는 평균 오인출동건수가 3948건인데 실제 화재로 확인돼 화재출동으로 포함되는 건수가 평균 375건으로 거의 9%[⇒ 375÷(3948+375)]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동화재속보설비 작동으로 소방대가 10번 출동하면 그중에 거의 한 번 정도는 실제 화재의 초기상태에 도착해 피해를 최소화해 화재진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인출동이 결코 낭비적인 요소가 아니라 안전을 위한 투자이며 그에 따른 대피소동이나 과태로 등과 같은 불편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자동화재속보설비에 의한 자동신고로 소방대가 출동하는 경우 화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출동인력, 시간, 장비 등에 대해 비용을 산정해 과태료를 납부토록 돼 있는데 보통 한 시간에 50만원에서 60만원 정도에 달한다.

또 일반적인 사설경비업체와 유사하게 소방서에서는 자동화재속보설비로 연동되는 모든 소방대상물의 소유주에게서 회선을 유지 관리하는 것에 대해 비용을 징수하고 있고 이것은 소방서의 재정수입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함부르크에서는 구건물의 교체로 인한 소방대상물 증가, 그리고 가정용 연기감지기의 설치 확대로 인해 화재오인출동이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안전환경적인 여건 때문에 독일에서는 다수인원을 수용하는 소방대상물에서 화재발생으로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소방활동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2018년 1월15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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