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앞서 유럽의 이색적인 소방용수 확보시설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상수도배관의 소화전이나 자연수원의 사용문제에 따른 해결방안으로 소개됐지만 그래도 아직 유럽에는 하천이나 연못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자연수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방대는 소화전이 없는 지역에서 이 풍부한 자연수 자원을 동력소방펌프로 취수해 화재진압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화재현장의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하천이라도 수위가 너무 낮거나 흐르는 유량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이러한 불리한 자연수 사용조건을 극복하는 소방용수 흡수 기술에 대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이론적 배경 = 몇 년 전 어느 외진 산골 마을의 주택화재 현장에 출동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목조주택화재로 주변의 장작 등이 불에 타면서 많은 물이 필요했지만 인근에는 소화전이 전혀 없었다.

▲ 사진 1 흐르는 하천수의 분당 확보유량계산 참조그림(사진, 노이이젠부르크 소방대 교본)

그래도 다행히 실개천이 하나 흐르고 있었는데 문제는 실개천의 위치는 최상류였고 마침 갈수기라 유량이 너무 적어 졸졸 흐르는 정도였다는 것이다.

나는 당시 현장지휘관으로 동력소방펌프를 실개천에 배치하고 물이 잠깐 고였다가 나가는 곳에 흡수 스트레이너를 넣고 펌프차에 급수하도록 했다. 겉으로 볼 때는 정말 흡수를 해서 쓸 수 있는가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내가 이렇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소방의 관련 이론 때문이었다.

풀장이나 연못과 같이 물이 고여 있어 수량에 대한 변동이 없는 경우에는 저수공간의 체적계산을 통해 소방차가 흡수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물이 정지해 있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계산하는데 있어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 즉 유속이다.

위의 사진 1 예시 그림을 보면 하천의 폭이 1.5m, 수심이 0.1m이고 부유물을 띄웠을 때 10초에 2m를 떠내려갔기 때문에 유속은 분당 12m가 된다. 물론, 하천이 반듯하게 직육면체인 경우는 없지만 하천 폭이 좁을 경우에는 어느 정도 단순화해서 보고 계산한 후 경험적으로 일부 가감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진 2 사진 1의 조건에서 하천 흡수가능수량을 계산한 결과

이 조건에서 계산[(1.5m×0.1m×2.0m)×6/분×1000리터/㎥]을 통해 분당 유량은 1800ℓ임을 알 수 있다. 즉 다시 말해서 이 하천의 흡수지점을 기준으로 이곳을 지나가는 물의 양이 1분에 1800ℓ이며 소방차가 흡수를 통해 분당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라는 것이다.

3000ℓ 물탱크를 가진 펌프차의 통상적인 방수시간을 5분이라고 볼 때 분당 600ℓ를 소모하게 되는 것인데, 이 예시가 된 조건의 하천에서 분당 최대 1800ℓ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산술적으로만 보면 3대의 펌프차가 화재진압에 하천수를 이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 사진 3 실개천에서 물을 가둬 흡수하는 독일 소방대원(사진, Neues aus Enlbenberg)

다만, 조건이 있다.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가정을 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흡수해 사용할 수 있는 하천수의 양이 훨씬 부족할 수 있다. 수심이 얕으면서 폭이 넓은 경우 흡수스트레이너에서 먼 곳의 물을 충분히 끌어당길 수 없기 때문에 적지 않은 양의 물을 그냥 흘려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 중에서 이번에는 하천의 물막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천수 흡수에 있어 흡수스트레이너를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대개는 일부 바닥을 파내는 경우가 많은데, 유럽에서는 별도 장치나 장비를 이용해 물을 가두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3은 독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막이 장비로서 접이식이며 단단한 양 날개와 얇은 바닥면으로 구성된다. 접이식이기 때문에 하천 폭에 따라 조절해 사용할 수 있고 하천 폭이 넓은 경우에는 여러 개를 나란하게 연결해 전체 하천 폭을 이용할 수도 있다.

▲ 사진 4 Water-Gate 장비를 이용하여 흡수작업하는 프랑스 소방대원들(사진, Megasecure)

바닥면은 물을 가두는 것을 도와주면서도 흡수 스트레이너가 닿는 바닥에 흙모래와 같은 이물질이 흡입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폭우 시 하천의 범람 등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시에 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Water-Gate라는 장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 사진 5 개천에 소방용수 흡수를 위해 물막이 장치를 설치(사진, Ebsdorf)

소방에서는 평상시에 이 장비를 이용해 얕은 하천을 막아 임시 보를 만들어 흡수하는 경우가 많다. 제법 유속이 빠른 넓은 폭의 하천에서 물을 막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용 후 장비를 회수하고 말리는 작업이 번거롭고 여러 명이 동원돼야 하는 단점도 있다.

유럽에서는 화재 시 이용하게 될 개천에 미리 흡수가 용이하도록 시설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개천을 따라 여러 곳에 인위적으로 물이 고여서 나가게 하거나 사진 5와 같이 지자체에서 아예 정책적으로 필요시 개천을 막을 수 있는 개폐장치를 설치한 경우도 많다.

이것은 자연을 그대로 살린 생태하천이면서 폭우 등으로 하천의 수위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조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상 인위적으로 흐르는 하천의 물을 막아 최대한의 가용 소방용수를 흡수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다음번에는 폭과 수심이 지나치게 부족한 악조건의 실개천에서 소방용수의 흡수를 용이하게 하는 특수 스트레이너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소화수 연못 = 2016년 봄 독일의 키르히에렌바흐(Kirchehrenbach) 지역의 소방대 청사 마당 앞에 소화수 연못이 설치돼 있다.

▲ 사진 6 2016년 소화수 연못을 만드는 공사(사진, Kirchehrenbach 소방대)

1만2000ℓ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이 소화수 연못은 2015년 극심한 가뭄으로 소방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뒤 해결방안으로 설치한 것이다.

소화수 연못에 대해서는 DIN 14210에 설치기준이 있는데, 규모는 1000m³ 이상 수심 1.25m이어야 하고, 소방대의 물 흡수를 용이하게 하도록 고정된 진입로, 흡수작업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이 있어야 한다.

▲ 사진 7 소화수 연못을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대원들(사진, 독일 Wesenberg 소방대)

담는 물은 아무 자연수를 사용해서는 안되고 깨끗한 물이나 정제시설을 거친 빗물이어야 한다.

이 독일 사례는 소방청사에 사용할 보조적인 소방용수로 규모가 기준보다 많이 적지만 소방대에서는 가뭄시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자연수 흡수훈련과 물놀이까지 활용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연못은 안전사고의 문제로 주변에 통제울타리를 쳐야 하고 고여 있는 물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고 다시 채워야 하는 등 관리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2018년 2월27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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