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본격적으로 각종 훈련과 체험행사가 활발해지는 5월이다. 훈련에 참가하는 소방을 비롯한 유관기관의 대원들은 물론 이를 관람하는 사람에게 실감나는 화재나 폭발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연막탄과 폭음탄 등을 일부 사용하고 있는데, 실감나는 상황을 연출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반면에 우리나라의 영화촬영 현장에서는 기술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 화재나 폭발장면이 실감나게 연출되고 있다. 가끔은 이러한 영화촬영의 특수효과팀이 재난훈련에 지원될 수 있다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게 된다.

그런데 해외에 영화촬영장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러한 특수효과팀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소방서가 있다. 바로 독일의 베를린소방서이다.

총 6명으로 구성된 베를린 소방서의 이 화재효과전문연출팀(Fachgruppe Pyrotechnik)은 별도의 장비와 전문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화재효과를 이용하거나 화재효과를 이용하지 않고 화재피해상황을 연출해 훈련 또는 홍보 및 체험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해 설치됐다.

▲ 사진 1. 소방서 개방의 날 행사 중 화재효과연출(베를린 소방서)

 팀원 전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화약류와 관련 장비를 취급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했고 관련 법률교육과 실습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화약류를 안전하게 취급하는 것만으로는 훈련 상황에 맞도록 실감나는 화재나 폭발상황을 연출하는 기술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팀원들은 화재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훈련 시나리오에 맞게 화재나 폭발피해상황을 효과적으로 연출하는 기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됐던 효과연출에 대해 정기적으로 토론을 하고 개선 및 향상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사진 2. 야간 공항화재 연출(THW 브레멘 지부)

베를린소방서에서 대외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수많은 홍보활동에 있어서 화재효과연출팀은 친환경 훈련장치를 이용해 기름폭발이나 스프레이 캔 등의 폭발을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새해 전야에 불꽃놀이 행사를 비롯한 여러 행사를 운영함에 있어 안전성 확보와 사고 시 대처요령 등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 것도 이 팀의 주된 임무 중 하나이다.

독일의 기술지원단(테하베 - THW)에도 화약물 취급전문팀이 있다. 폭파전문팀(Fachgruppe Sprengen)이라고 하는 이 팀의 주된 임무 중 하나가 대규모 훈련 시 폭발이나 화재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연출하는 피해상황으로는 산불, 건물화재, 차량화재, 열차화재, 항공기화재, 폭발상황(가스, 테러 등), 철도사고 등이 있다. 전국 44개 지부에 이 폭파전문팀이 운영되고 있으며 베를린소방서와 동일하게 6명으로 구성되며 별도의 전문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3명만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명은 운전, 응급처치, 통신을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훈련지원이 주된 임무 중 하나겠지만 THW의 이 폭파전문팀의 근본적인 설치목적은 폭파를 이용해 장애를 제거하고 인명구조와 재산적 가치를 보존하는데 있다.

▲ 사진 3. THW 폭파전문팀의 선박화재연출(THW 쿡스하벤 지부)

붕괴우려가 있는 구조물을 일부 또는 전부를 폭파해 입구나 진입로를 확보한다거나 쓰러진 나무와 가지들로 어지러운 곳을 폭파해 소방대가 진입할 수 있는 통행로를 확보해 주는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고 폭우 시 홍수예방을 위해 제방을 폭파하거나 장애가 되는 각종 대형 부유물 더미를 폭발물로 해체하기 위해 수상은 물론 수중폭파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또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도 시연회가 한 번 있었지만 산불발생 시 폭약을 일정구간 설치하여 폭파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등 재난 전반에 있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독일에서 현대의 소방과 재난기관의 훈련에 있어 화재와 폭발연출효과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일부 소방서와 많은 THW 지부에서 이를 위해 관련 화약물 취급자격을 갖춘 전문 연출팀을 두고 보유장비를 동원해 실감나는 효과연출을 통해 재난대응을 위한 훈련의 가치와 질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THW에서 대규모 재난대응을 위한 방법으로 이 전문팀을 폭파를 이용하는 구조활동에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8년 5월1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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