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EU 회원국 내에서는 차량사고 시 자동으로 위치정보를 담아 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e-call(emergency call) 시스템의 신규차량 장착이 의무화됐다.

2015년 법안 공포 때부터 최근까지 국내에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call 시스템은 차량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 등 탑승자들이 의식이 없거나 심하게 다쳐 스스로 신고할 수 없는 경우, 뒤늦게 발견 및 신고지연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 사진 1. e-call 시스템의 구성도(출처 : 독일 ADAC)

우리나라도 야간 늦은 시간에 인적이 드문 곳에 단독으로 차량운행을 하다가 도로 밖 아래쪽으로 추락해 운전자가 큰 부상을 당하고도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대낮이라도 도로 주행 중에 도로 밖으로 차량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신고할 수 없는 몸 상태에 다른 운전자들에게 제때 발견되지 못하는 불운까지 겹치면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또 사고자가 신고할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 자체 진화시도, 동승자 확인 등의 필요조치를 취하고 당황한 상태에서 이정표가 뚜렷하지 않은 도로상에서 위치를 설명하다 보면 신고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곤 한다.

▲ 사진 2. e-call 시스템의 수동작동 버튼 사례 (출처 : 메르세데스 벤츠 사)

이렇게 신고지연과 그에 따른 구조지연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가 유럽에서도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연합에서는 2015년 4월 차량에 사고 시 자동으로 위치와 차량정보를 긴급신고센터에 전송하는 e-call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공포했고 3년의 유예기간을 주어 올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e-call 시스템의 구성원리는 사진 1과 같다. 차량에 장착된 특수 발신기에서 사고로 인한 충격(또는 에어백 작동)을 감지해 신호를 송출한다. 그러면 위성과 이동통신기지국에서는 신호의 위치를 분석해서 긴급신고센터에 차량의 위치와 진행방향, 사고시간은 물론 이전에 등록돼 있던 차량 관련 정보(차종, 연료 등)를 전송한다.

▲ 사진 3. e-call으로 자동 신고 된 사고차량 위치 표시(출처: 하노버 소방서)

이를 전달받은 긴급신고센터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현장으로 출동시키게 되는 원리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사고 발생 즉시 신고 돼 신속하고 정확한 출동이 되기 때문에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크게 감소하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call 시스템은 운전자가 의식이 있을 경우 수동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차량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더라도 운전자의 갑작스런 병세악화나 의식혼미 등으로 구조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스마트폰 신고보다 간단하고 빠르게 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call 시스템의 운영을 위해서는 차량에 특수장치를 장착하는 부분도 있지만 소방서에서도 이 시스템으로 신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 부분도 있다.

독일 하노버 소방서의 경우 이 시스템을 갖추는데 9만 유로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반면 차량에 장착하는 장비는 100유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e-call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 유럽연합에서는 비용의 절반을 부담했는데 그 총액은 3000만 유로였다.

▲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독일 하노버 소방서에서 e-call 시스템으로 신고된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법령 시행 즈음인 지난 3월28일 상황실로 신형 메르세데스 이클래스와 포드 포커스 두 대의 차량에서 동시에 각각 e-call 긴급신고가 접수됐다. 상황실에 들어온 정보는 그 외에도 차량의 위치, 사고차량 내 동승자 수 정보까지 접수됐고 즉시 차량과 인력을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현장확인 결과 대단히 큰 충돌사고였지만 사망자는 없었으며 이 사고와 관련한 다른 전화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럽연합의 이러한 e-call 시스템 운영을 단순하게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로만 봐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원인이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 유럽연합국가에 자동차를 수출해야 하는 우리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e-call 법령시행에 따른 차량장착 e-call 시스템 장비의 개발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통신과 IT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의 획기적인 감소로 선진국 수준의 교통사고 안전을 확보하고 소방의 구조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유럽연합의 e-call 시스템과 같은 자동신고시스템을 개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8년 10월24일
조현국 철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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