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일대 지하에 국내 최초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 설치돼 광화문광장의 배수능력이 10년 빈도의 폭우에 견딜 수 있는 현재 수준에서 50년 빈도 수준까지 대폭 개선된다.

서울시는 집중폭우가 내려도 광화문광장 일대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대비하는 한편 서울시내 수해취약지역에 대한 기습폭우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기후변화대응 침수피해 저감대책’을 2월8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서울 도심의 심장부이자 국가상징가로인 광화문광장의 배수능력과 저지대 등 주요 수해취약지역에 대한 기습폭우 대응능력을 함께 높여 기상이변으로 인한 국지성 집중 폭우가 쏟아져도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방재시설물 확충 등 침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서울시의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 작년 9월21일에 내린 기습폭우에 침수된 주택 세대수가 유사한 폭우가 내린 2001년 7월14일과 비교해 19% 수준에 그쳤으나 엘리뇨, 라니냐 등 지구온난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서울도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기상이변에 따라 브라질에서 840여명이 사망하고 540여명이 실종했고 호주에서 2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는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반도의 경우 1912년~2005년 사이 연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해 같은 기간 세계 평균기온 상승폭(0.6)의 2.5배를 기록하는 등 온난화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작년 추석연휴 9월21일 내린 기습폭우와 같이 침수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집중호우의 발생빈도가 1971년~1980년 57회에서 1992년~2001년 107회로 약2배 증가(일 150mm 이상 호우기준)한 상황이어서 저지대 수해취약지역의 침수피해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대응 침수피해 저감대책’은 ▴광화문광장 배수능력 10년→ 50년 향상 ▴2014년까지 6693억원 집중 투자로 저지대 수해취약지역 기습폭우 대응능력 10년→ 30년 향상 ▴수해취약지역 9개구 7개소 방재시설물 확충이 주요 골자다.

우선 서울시는 지하 40m 이상의 대심도 지하공간에 지름 3.5m 이상 길이 2Km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국내 최초로 설치, 현행 10년 빈도인 광화문광장의 배수능력을 50년 빈도까지 대폭 개선한다.

즉 시간당 75mm를 소화할 수 있는 10년 빈도의 광화문광장 배수능력은 시간당 102mm가 쏟아져도 침수되지 않는 50년 빈도까지 확보하게 된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은 백운천동, 옥류동천이 있는 종로구 통인동에서 청계천이 있는 중구 삼각동까지를 연결, 광화문 일대의 직접적 폭우 피해 원인인 백운동천의 물이 광화문광장을 통하지 않고 청계천으로 직접 유입되도록 기능한다.

지금까지는 비가 오면 백운동천의 물은 광화문 사거리로 유입되고 이는 중학천에서 나오는 물과 합쳐져 청계천으로 유입됐기 때문에 배수능력을 초과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릴 경우 빗물이 넘쳐 광화문 광장이 침수될 수밖에 없었다.

작년 9월21일에 광화문광장이 침수된 이유 역시 3시간 동안 198.5mm의 국지성 집중폭우가 쏟아지는 등 일시적으로 너무 많은 비가 쏟아져 순간적으로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 설치되면 폭우 시 초당 40㎥의 빗물을 광화문 광장을 거치지 않고 청계천으로 직접 배수할 수 있어 광화문광장의 침수를 획기적으로 해소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청계천은 1980년 빈도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50년 빈도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 설치돼도 범람 위험이 없다고 시는 덧붙였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설치에는 320억원이 투입되며 올해 연말까지 설계계약을 시작으로 내년 공사에 들어가 2013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공사는 종로구 통인동을 입구로 지하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시민들의 교통 불편은 전혀 없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은 설치심도가 깊기 때문에 자연경사에 따라 물이 흐르는 일반적인 하수관 구조와 달리 유입부와 유출부의 수두차이에 의해 물이 흐르는 역사이펀 구조형식으로 설치된다.

역사이펀이란 횡단하거나 움푹 팬 저지대를 통과할 때 지형에 따라 또는 도로·철도 그 밖의 수로 등과 입체 교차할 때 그 아래쪽을 U자형으로 부설한 수로 부분이다. 사이펀을 뒤집어 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서울시는 오는 6월까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 완성(2013년 말)되기 전까지 광화문광장 침수 방지를 위해 세종주차장 등 주변 지하시설을 임시저류시설로 운영하고 광화문광장 주변 하수관거를 정비하는 등 하수도시설을 확충한다.

기존 하수관의 용량을 초과하는 빗물처리를 위해 2만2000㎥ 규모의 저류조를 설치·운영하고 광화문사거리에 시간당 2만8000㎥ 노면수 배제가 가능한 비상용 암거를 신설한다.

또 서울시는 지난 9.21 기습폭우 이후 실시한 현장조사를 토대로 저지대에 위치한 수해취약지역 방재시설물 개선·확충에 2014년까지 6693억원을 집중 투자, 현재 10년 빈도의 기습폭우 대응능력을 30년 빈도로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 서울시내 빗물펌프장 40개소의 시설용량을 30년 빈도로 증대시키고 빗물펌프장 1개소를 신설하며 빗물저류조 22개소를 추가로 설치한다. 이에 드는 비용은 총 3755억원이다.

매년 1500억원을 투자해 160km 이상의 노후관거를 정비하고 있는 하수도 종합정비사업에 포함, 저지대 등 침수취약지역의 병목구간 하수관거 154km를 30년 빈도로 개선하며 그중 주요 간선하수관거 81km를 개선하기 위해 2281억원을 별도로 투자한다.

또 657억원을 투자해 사당천 정비사업, 한강로일대 외 2개소의 유역을 분할하는 사업 등을 시행한다.

광화문, 양천구 가로공원길, 용산구 한강로 등 주요 침수지역의 도로 및 상가 침수 해소를 위한 사업비가 추가 포함돼 작년 9월23일 대책보다 1532억원이 증가했다.

서울시는 오는 2014년까지 6693억원 투자하는 이번 ‘침수피해 저감대책’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장기사업으로 주요 침수피해지역 이외 지역의 수방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수관거 등 시설개선사업을 계속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발표한 중규모 빗물펌프장 40개소 시설용량 증대, 1개소 신설 계획과 별도로, 2007년 12월에 발표한 수방능력향상 4개년 사업에 따른 빗물펌프장 41개소의 시설용량 증대사업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해 2012년 우기철에 대비할 계획이다.

더불어 이미 시가화된 도시구조 등의 제약으로 방재시설물 확충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해에 취약한 기존 지하주택에 배수펌프, 방수판을 추가로 설치 지원해 침수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침수취약지역 내 지하주택 신축을 억제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등 도시관리계획과 건축허가를 강화한다.

지하주택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을 활성화시키고 임대전용주택을 도입한다.

불투수면적 증가(1962년 7.8% → 2006년 47.5%)에 따른 유출량 증가 등 도시 물순환 문제의 개선을 위해 보도 등에 투수성포장 도입을 확대 추진하는 동시에 용적률 인센티브 등 지원제도를 강화해 민간개발 시 저류·침투시설 설치를 활성화한다.

아울러 방재시설물 개선·확충과 함께 상습침수지역 주민과 공무원을 1:1로 연결해 침수취약주택의 안전을 살피고 지원해주는 ‘1가구 1담당제’를 시행, 현장중심의 재난대응을 강화한다.

공무원은 배수펌프시설, 방수판 등의 사전점검을 주민과 함께 실시하고 집중호우 발생을 알려 세입자와 건물주에게 사전 공지된 행동요령에 따라 방수판 설치 등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며 직접 현장을 찾아 배수펌프가동여부 확인 등 필요한 행정지원을 하게 된다.

또 소방재난본부의 소방 및 구조구급인력은 침수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신속하게 재난복구인력으로 전환해 재난발생 초기부터 현장밀착 대응한다.

도림천, 당현천 등에 설치된 홍수예경보시스템을 타하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설치해 하천내 물이 갑자기 불어날 경우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고 실시간 영상자료를 활용해 상황을 판단하고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실시간 수방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미 설치된 CCTV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오는 2014년까지 30년 빈도로 기습폭우 대응능력이 개선되는 주요 수해취약지역 현장에 공무원을 배치하고 신속한 상황판단을 위한 실시간 영상자료를 수집해 침수피해를 최소화한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수해취약지역인 양천구 가로공원길 주변 등 9개구 7개소에 대한 방재시설물 연계·확충 설계용역을 우선적으로 시행해 침수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설계용역에서는 하수관거를 통해 유출되는 빗물의 양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빗물저류조와 하수관거를 통해 흘러들어간 빗물을 효율적으로 내보내는 빗물펌프장 확충계획을 하수관거 용량증대 계획과 연계 검토해 방재시설물의 효율을 높인다.

우선 양천·강서지역 가로공원길 주변에 515억원을 투자, 하수관거 1.16km를 개선하고 집중호우 시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빗물유출량을 줄이기 위해 빗물저류조 2개소를 신설한다.

또 광진구 구의·자양동 일대에는 160억원을 투자, 빗물저류조 1개소를 신설하고 빗물펌프장 1개소 증설한다.

서초·강남지역 강남역 일대엔 180억원을 들여 빗물펌프장 2개소를 증설하고 유입관로를 개량하는 한편 용산구 한강로 일대에는 398억원을 투자해 3.3km에 이르는 유역분할 계획을 수립하면서 빙창 등 인근 빗물펌프장 3개소 각각의 증설규모를 검토할 계획이다.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 308억원을 투입, 빗물저류조 2개소를 신설해 유출량을 줄이며 하수관거 2.1km를 개선한다. 또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에는 130억원을 투자해 빗물저류조와 빗물펌프장을 각각 1개소씩 신설한다.

동작·서초지역 사당역 일대에는 184억원을 투자해 사당천 0.67km 구간의 단면을 확대해 배수능력을 높이고 민간 빗물저류조 1개소를 포함한 총 3개소의 빗물저류조를 신규로 설치해 유출량을 줄인다.

고인석 서울시 물관리기획관은 “방재시설물 확충과 현장 중심의 긴급한 대처로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에 따른 도시 차원의 대응능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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