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폭우가 잦은 여름, 소방서에서는 수난사고 대응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여름철에는 단순 익수자의 구조활동도 많지만 내수면 실종자에 대한 장기 수색작업도 많아진다.

대부분의 실종자에 대한 수색은 사고의 발생 시점과 발생위치가 막연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과 오랜 작업시간을 필요로 한다. 야산에서의 수색작업과 달리 물속 실종자에 대한 수색작업은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 사진 1. 보트 위에서 익사자 찾는 수색견(출처 바이어발트 구조견 출동대)

수중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되면 화재와 구조 등의 기본활동에 대한 부담이 커지지만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실종자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 독일에서 수중 실종자 수색작업에 동원되고 있는 특수 수색견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난 구조견이 아직 살아있는 익수자 구조를 위해 훈련된 것과 달리 수중 실종자 수색견(이하 익사자 수색견)은 물속에 사망한 상태로 잠겨 있는 익사자를 탐지해 낼 수 있도록 훈련된 특수견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고 선진국에서도 그리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독일의 경우 전국 경찰에서 보유하고 있는 익사자 수색견은 6두뿐이며 스위스 경찰의 경우에는 4두에 불과하다.

▲ 사진 2. 사체/혈액 탐지 경찰견의 익사자 수색훈련(출처 니더작센 주 경찰청)

독일에서는 소방이나 기술지원단(THW)과 같은 구조업무담당 기관에서 익사자 수색견을 많이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독일 구조법령이 사망자 수색을 생명의 위험으로부터 구조하는 것과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서도 익사자 수색이 본연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익사자 수색은 민간의 구조견 단체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기관들이 민간 구조견 단체에 익사자 수색요청을 하고 있는데 그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왜 개를 활용해야 하는가?

익사자 수색작업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너무 넓은 수색 범위이다. 대개 목격자들에 대한 실종발생 지점이 너무 막연하거나 유속을 감안한 변수 때문에 한정된 수의 잠수대원과 구조대원들이 너무 넓은 범위에 대한 수색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수중에서 작업하는 잠수대원들은 독일 사고예방규정에 따라 하루에 어느 수심에서 얼마의 시간을 작업할 수 있는지 정해져 있다.

또한 수중음파탐지기나 수중음향측심기 등의 수중수색장비들은 하천이나 호수 등에서는 바닥의 구조 때문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진흙투성이 바닥은 잘 보이지 않아 잠수작업은 거의 손으로 더듬는 수준으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목격자의 부정확한 진술로 인해 설정되는 넓은 수색범위는 익사자 수색에 동원된 구조대원들에게는 언제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사진 3. 물가에서 익사자 냄새 탐지활동 중인 수색견(출처 프라이부르크 수색견출동대)

◆ 익사자 수색견의 훈련 =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상에서 미국의 익사자 수색견의 훈련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이를 참조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익사자 수색견의 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개들이 익숙해져야 하는 냄새, 즉 사람의 시신에서 나오는 냄새를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주로 유사한 냄새가 발생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독일에서는 이러한 유사냄새보다는 실제 시신의 냄새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독일 구조견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유사냄새 화학물질은 비용적인 부담도 있고 쉽게 냄새가 날아가서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 화학물질의 냄새가 단일한 것도 문제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사망자가 입고 있던, 또는 덮고 있던 직물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독일의 장례절차에서 대개는 시신에 새로운 수의를 입히면서 입었던 옷은 폐기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신에 덮여 있던 직물도 여러 시간 냄새가 밸 정도가 되면 훈련에 사용하는데 이러한 직물을 훈련에 활용하면 다양한 시신의 냄새에 수색견이 익숙해질 수 있어 실전에서 효과적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성 때문에 시신의 조직을 훈련에 사용하는 일은 절대 없으며 위생적인 문제 때문에 이 훈련용 직물에 혈액이나 소변 등은 아주 제한적으로 추가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사망자가 입고 있던 옷이나 덮고 있던 천을 구하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서 구조견 단체에서는 지역 장의사들과 자주 접촉하며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일부에서는 사람의 신체와 비슷한 돼지의 살을 훈련에 사용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독일 경찰견의 익사자 수색견 양성훈련과정은 8~12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 조현국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 익사자 수색견들의 활동과 능력 = 이 특수견들은 물속의 익사자로부터 나오는 냄새(기체)가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을 감지해 익사자의 위치를 핸들러에게 알려준다. 보통 특정 냄새를 맡으면 바닥을 긁거나 물어뜯는 등의 충동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것을 핸들러가 간파하는 것이다.

핸들러는 휴대하고 있는 GPS 기기로 위치를 확인하고 잠수대원들이 확인 수색할 수 있도록 위치를 등록하게 된다. 수색견들의 작업은 물위 보트를 타거나 직접 물에 들어가 헤엄을 치면서, 또는 물가를 따라 이동하며 물에서 나오는 냄새로 맡으며 한다.

개의 코는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우리가 우려하는 것과 달리 동물의 사체와 인간의 사체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적은 농도의 냄새도 인지할 수 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분자 하나의 양이라도 개가 인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전체 통계는 확인할 수 없지만 독일 바이어발트 구조견 단체의 경우만 보면 지난해 14건의 익사자 수색출동에서 수색견들이 익사자의 위치를 찾은 건수가 7건으로 전체 출동건수의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얼마나 깊은 곳에 있는 익사자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독일 렘베르더 구조견 단체에서 실시한 수색작업에서는 이미 잠수대원들이 성과없이 수색을 마치고 떠난 구역에서 수색견이 익사자의 위치를 찾아낸 경우가 있었는데 당시 익사자의 위치는 물속 38m 지점이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수색견이 물속 50m 아래에 있는 익사자의 냄새를 탐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상으로 독일에서 운용하고 있는 익사자 수색견에 대해 알아보았다. 많은 인원과 장비를 동원하면서도 성과를 쉽게 내기 어려운 수중 실종자 수색작업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전문 수색견들이 해외에서 오랫동안 활약해 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18년 7월12일
조현국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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