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368억원 소방관 복제 사업을 기존 동일 사업의 추진 절차와 방식에 대한 사전 점검도 없이 강행하고 소방관 기동복의 안전과 직결된 방화도 기준도 크게 약화될 예정으로 알려져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강창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 행정안전위원회)은 소방청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동복의 방염검사기준 강화를 통해 안전성 확보’라는 내용으로 조종묵 소방청장이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월15일 밝혔다.

그러나 사업은 졸속으로 추진되고 소방관 복제의 안전성도 대폭 하향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 담당자는 기존 동일 사업의 공문서와 기초 자료의 존재 여부조차도 인지하지 못했음을 시인했으며 이는 곧 기존 동일한 사업에 대한 기초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사업이 시행된 것을 의미한다.

또 용역 결과대로 진행하지 않고 수정, 보완,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으나 강창일 의원은 “공문서 상으로 해당 과정에 대한 수정, 보완, 의견수렴 계획이 결재된 내용은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의 12월 ‘소방관 복제 규칙’ 개정 계획에 감안하면 개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따져보면 국정감사 이후에 용역 결과대로 바로 추진하려는 것이란 판단이 어렵지 않다. 졸속 추진에 못지않게 소방관의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도 약화 역시 큰 문제다.

기동복은 훈련과 대기 중에 착용하는 기능복으로 화재 현장에서는 기동복 위에 방화복을 입고 화재를 진압한다. 방화복이 겉에 있어도 내부의 방화도 역시 중요하다.

강창일 의원은 “기동복의 방염 관련 기능 규격 중 하나인 탄화길이 규격이 크게 완화됐다. 탄화길이란 화염이 제거된 후 불꽃이 지속되는 길이이다. 기존에 10cm에서 20cm로 대폭 약화됐다. 상식적으로 화염이 제거된 뒤에 불꽃이 10cm 길이로 지속되는 것과, 20cm 길이로 지속되는 것은 그 위험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의 규격을 살펴보면 화염이 제거되고 불꽃이 지속되는 ‘잔염시간’의 기준이 2초였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3초로 약화됐고 섬유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를 시험하는 시험 규격도 약화됐다(기존 시험방법 KS K 0585에서 JIS J 1091로 변경)”며 “긴박한 화재 현장에서 불이 붙는 1초는 긴 시간이고 소방관의 안전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다”며 기준 완화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또 ‘마찰대전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마찰대전압이란 휘발성이 큰 폭발 물질 근처에서 정전기로 인해 폭발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기능성이 좋은 것이다. 현재의 규격은 세탁 전 1300v이고 10회 세탁 후 1800v이다. 예정된 기준 규격은 세탁 전 2000v으로 대폭 하향됐으며 세탁 후는 기준조차 없다.

강창일 의원은 “기동복은 기능복이다. 기능복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섬유를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소방관의 안전을 지켜줄 방화복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36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방관 복제 개선 사업의 졸속 추진을 멈추고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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