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중 한국소방안전원 광주·전남지부장
“망각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프레드리히 니체’는 말했다. 많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망각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말을 누구나 한번쯤은 보고 들었을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은 자기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각자의 희노애락을 겪는다. 어떤 날은 행복감에 또 어떤 날은 슬픔에 각기 다른 순간순간마다 좋고 나쁜 일들의 연속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살다보면 슬프고 실망스럽고 분노하는 날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런 날들을 매일같이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인간의 삶은 매우 고통스럽겠지만 다행히 망각이라는 기능이 있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기억들은 빠르게 잊혀져 우리는 미래를 보고 오늘을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잊어선 안 될 힘든 기억들도 있다. 바로 대형 화재로 인한 참사이다.

지난 2014년 5월28일 장성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2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2017년 12월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당했다. 그 다음해인 2018년 1월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당했다.

비단 근례의 일뿐만이 아니다.

1971년 12월25일 서울시 중구 충무로동의 대연각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166명이 사망하고 69명이 부상당했으며 25명이 실종됐다.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막히고 가슴 아픈 지난날들의 대형화재 참사 사건들이다.

다시는 이러한 참사를 겪지 않기 위해 대형화재 예방‧대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첫번째로 비상구 관리이다.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사고 때 2층 여성용 목욕탕의 비상구가 창고처럼 활용됐고 주출입구는 고장 상태였다. 이로 인해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르면 피난시설(비상구 포함)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면 아니된다.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항상 비상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로 불법건축 및 증축 방지이다.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 때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을 잇는 2층 연결통로 바닥에 1층과 통하는 공간으로 유입된 1층의 유독가스가 불법건축된 비가림막으로 인해 외부로 배출되지 못해 피해가 확대됐다.

건축법을 위반해 불법 증축하는 등의 행위로 인해 화재사고시 대피로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유독가스 및 연기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의 편리를 위해 법에 위반되는 건축 및 증축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로 소방교육과 훈련이다.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사고때 대피를 유도한 직원이 한명도 없었다.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때 1079호 열차 기관사는 초기화재 진압 실패 후 화재발생 사실을 종합사령실에 보고하지 않은 채 대피했고 종합사령실에서는 화재경보 문구가 뜨고 경보음이 울렸음에도 확인하지 못했다.

1080호 열차 기관사는 승객의 안전과 대피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전동차의 주 제어키를 뽑아 탈출했고 그로인해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바람에 비상시 문을 수동으로 열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많은 승객들이 탈출하지 못했다.

거기다 상주직원들은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들이었다.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그 장소에 상시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에게 소화‧통보‧피난 등의 훈련과 소방안전관리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피난훈련은 그 소방대상물에 출입하는 사람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키고 유도하는 훈련을 포함한다. 반복되는 소방훈련과 교육을 받아 화재사고시 신속히 대처하고 사람은 안전하게 대피시킨다면 인명피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네 번째로 소방계획서 작성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소방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소방계획은 화재로 인한 재난발생을 사전에 예방‧대비하고 화재 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복구함으로써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작성‧운영하고 유지‧관리하는 위험관리 계획을 의미한다.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관계인 및 방문자 등 전원이 참여해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훈련 및 평가 등을 이행해 화재예방 및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소방시설의 자체점검 실시이다. 자체점검제도는 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된 소방시설 등을 점검‧유지 및 관리함으로써 화재 등 유사시 항상 정상작동을 유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민간소방역량을 제고함으로써 소방 목적을 효율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따라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그 대상물에 설치돼 있는 소방시설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자체점검을 실시하거나 관리업자 또는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된 소방시설관리사 및 소방기술자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점검하게 해야 한다.

추가로 요양병원의 경우 2014년 5월28일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 이후 요양병원에 설치하는 소방시설 설치기준을 강화했다. 그러나 요양병원의 경우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다.

화재 발생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스스로 대피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환자를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수 있는 근무인력 확보가 중요하고 화재 발생시 필요한 것은 신속한 초기화재 진압이다. 이론위주의 교육보다는 현장중심으로 교육‧훈련을 반복해 환자의 입장에서 현장중심의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망각하고 있었던 대형화재 참사들을 나열해 눈살이 찌푸려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떠올리기 불편한 위 참사들을 가슴 한켠에 새기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기본원칙에 충실한 건물 및 소방시설의 유지‧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노력한다면 우리의안전은 더욱더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6월20일
김승중 한국소방안전원 광주·전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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