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효 동래소방서장
조선 시대에도 소방서와 같이 불을 끄는 관청이 있었을까?

세종실록에는 ‘1426년(세종 8년) 2월 화적의 방화로 조선왕조의 수도 한양에 큰불이 나자 금화도감이라는 관청을 둬 도성 내 가옥과 가옥 사이에 방화장(防火墻)을 쌓고 요소(要所)마다 우물을 파고 방화기기(防火器機)를 설치하게 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의 독자적 소방관서, 방화벽, 소방용수시설 및 소방시설의 효시이다.

역사의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겨울철에 많은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1971년 12월25일 사망자만 163명이 넘는 대연각호텔 화재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한 2017년 12월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등 사회 이슈화된 많은 화재들이 겨울철에 집중됐다.

이처럼 겨울철에 집중되는 대형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소방관서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한다. 올해 역시 화재예방 캠페인과 소방안전교육, 요양병원 등 피난 취약대상에 대한 훈련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한다.

하지만 대형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소방안전에 대한 관심과 책임의식이다.

화재위험이 높은 전기장판, 전기열풍기 등은 인증된 제품 사용과 안전수칙 준수를, 단독주택 소유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를, 건물 내 영업주등은 계단 내 적치물 적재 같은 피난에 방해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생활 속 안전 실천이 중요하다.

또 자신의 주위에 타는 냄새가 나거나 희미한 연기가 보이는 경우 화재 발생 가능성을 감안해 그 원인을 끝까지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의 소화기 등 소방시설은 매일 매일 확인과 점검을 생활화하는 등 자신의 생명과 재산은 스스로 지킨다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특히 소방안전관리 비용의 경제성에 대한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아직도 많은 시민은 건물에 설치되는 소방시설의 설치와 유지, 관리에 드는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5년간(2016~2019년) 안전투자 비용 대비 교통 사망자수 감소에 따른 사회․경제적 효과를 계산한 결과, 비용 대비 효과가 약 42.7배로 나타났다.

소방시설의 설치. 유지비용 또한 대표적 저비용-고효율의 사전 예방적 투자임을 견지해야 할 통계이다. 몇 년 전 일어난 스프링클러 미설치 요양병원의 다수인명피해가 적절한 사례라 할 수 있다.

600여년전 화마(火魔)로부터 만백성이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창설된 금화도감, 세종대왕의 그 애민(愛民)정신을 잇기 위해 전국의 모든 소방관은 24시간 완벽한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다.

화재로부터의 안전한 사회는 소방관서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고 시민 개개인의 안전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2019년 11월11일
김한효 동래소방서장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