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구급차에서 내리면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시더라구요. 아무쪼록 모두 완쾌하셔서 가족들과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3월16일 오후 안산소방서 사동119안전센터에서 만난 장현구 소방교(34)는 최근 다녀온 대구 코로나19 지원 현장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이달 초 코로나19가 이어진 대구에 구급활동 지원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한 장현구 소방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들어 자원했다.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이미 임용되던 해인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전염병 예방 차량인 음압구급차를 다뤄본 경험도 있던 그다.

장 소방교는 지난 3월3일 새벽 직접 구급차를 몰고 대구로 향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대구의 모습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장 소방교는 자가격리 중인 경증 확진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확진자와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탓에 혼자서 이송업무를 해야 했다. 그의 구급차에 오른 확진자들의 얼굴에는 집을 떠나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으로 격리된다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장 소방교는 이들을 안심시키려고 차 안에 음악을 틀거나 미리 과자와 사탕 등 간식을 준비해 놓기도 하는 등 애를 썼다. 두터운 감염복을 입고 얼굴에는 고글과 마스크를 낀 채 초행길을 운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사명감으로 버텨냈다.

병원에 도착해 “치료 잘 받고 오세요”란 장 소방교의 인사말에 많은 확진자들이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가족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또 다른 가족들의 절망과 안타까움을 내내 지켜보면서 안양 집에 계시는 부모님 얼굴이 아른거려 장 소방교의 눈시울도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8일간 대구에 머무른 그는 지난 3월10일 올라온 직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닷새 동안의 자가 격리 끝에 이날 첫 출근을 했다. 

대구에서 장 소방교의 마지막 이송 환자는 20대 초반과 고등학생인 두 형제였다. 그는 이들 형제에게 구급차 안에 있던 간식을 챙겨주면서 “금방 좋아질 수 있을꺼야!”라며 친형처럼 응원했다.

장 소방교는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다”며 “앞으로 119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아들, 형과 같은 구급대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지난 3월3일부터 3월13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구급차 27대, 구급대원 54명을 지원해 943명을 이송했다. 지원에서 복귀한 구급대원 모두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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