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재난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미국은 인적재난과 자연재난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조직을 구성해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기능을 통합, 조정할 수 있어 강력하고 효과적인 재난대응이 가능하다.

▲ 박동균 한국치안행정학회장
또 재난관리기관에 충분한 예산부여와 전문인력으로 구성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돼 있으며 기초연구부터 실무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과 다양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재난피해의 경감을 위한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재해구호 활동 역시 체계적이며 전문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재난 발생 시 재해구호 활동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런 시사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미국은 재해구호에 있어 민·관 공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미국의 연방재난계획에는 정부 부처간에도 주무기관과 지원기관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져 있고 상세한 책임의 범위들이 기록된 협정서를 체결하고 있다.

또 협정체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협정의 내용을 그 기관의 구성원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재해구호를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정책과정에서 시민단체 및 민간부분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하고 민관의 역할분담 및 신속한 집행이 이뤄지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재난 발생 시 신속한 피해조사 및 구호물자 전달시스템이다. 미국 적십자사의 경우 500세대 당 20명 이상의 피해조사 자격을 갖춘 봉사원을 파견시켜서 이재민들에 대한 피해상황을 수집하고 있다. 피해조사가 선결돼야 구호물자 전달 또는 인명구조 활동 등 구호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미국은 주택수리, 공공시설 복구 등에 대한 피해조사는 정부가 하고 이재민들의 생계구호 차원의 긴급구호를 위한 피해조사는 봉사자들이 수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해구호물품을 배분하는데 있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행정조직이 담당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우선 공무원들은 행정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위해 구호물품에 있어 지나치게 관료주의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피해 주민들의 필요량 보다 적은 물품이 접수되면 나머지 물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배분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재난피해자들 중 가장 큰 불만사항이 신속한 구호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셋째, 미국은 재난구호 인력에 대한 전문성이 확보돼 있다. 전문기능을 보유한 인력들은 별도의 교육이나 훈련 없이도 구호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이재민 구호영역은 그 특성상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가 대부분을 담당하므로 사전훈련 없이는 오히려 피해주민들에게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미국 적십자사는 대형재난 구호요령, 연방정부의 구호사업, 구호소 운영, 급식, 구호품 관리, 재난시 홍보요령, 재난시 보건, 전산운영, 재난구호 강사 양성, 자족지원 등 50개의 과정이 73개의 강좌로 개설돼 실시함으로써 연인원 2000여명 이상의 전문봉사원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이 과정은 적십자사 소속이 아닌 봉사원들도 참여할 수 있으며 다른 봉사단체의 요청에 의해 재난구호 교육을 받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재난현장에 도착하는 무수한 자원봉사자들은 체계적으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다. 각각의 인도적인 신념으로 재난현장에 도착해 피해지역에서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하려는 의지가 그 자체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현지의 사정이나 재난관련 기반조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주민들의 행동양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에서는 재난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잘 훈련된 전문가들이다. 즉, 일정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투입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재난자원 봉사활동은 전체 재난관리 시스템 안에서 잘 기획되고 조직화돼야 하며 관리 통제될 필요성이 있다.

끝으로, 미국은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영역, 특히 자원봉사 조직을 연계한 재해구호 시스템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즉, 재해구호를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의 재난관리는 국가의 어느 한 기관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기관간에 끊임없는 이해와 협조를 통해 이뤄지게 되는 것으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과의 거버넌스를 통해서 공조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박동균 한국치안행정학회장(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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