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형 화재대피시설 제조사인 주식회사 디딤돌(대표 한정권)은 지난 7월27일 < 디딤돌 ‘승강식피난기 살리고’, 행안부 재난안전제품 인증으로 국가안전인증 ‘4관왕’ 달성 >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디딤돌이 말하는 4관왕은 ▲소방청(청장 정문호)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원장 권순경) 성능인증서 2020년 1월 획득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 국가기술표준원(원장 이승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상임부회장 마창환) 신기술(NET ; New Excellent Technology) 인증 2020년 5월21일 획득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8호’ 5월27일 획득 ▲행정안전부(장관 진영) 재난안전제품 인증 절차를 7월27일 통과한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주요한 인증은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8호’ 획득이다. 이 인증을 득하면 아파트 대피공간을 대체해 주기 때문에 아파트에 실제 제품이 납품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디딤돌이 받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 KFI 성능인증은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소방법이 정한 승강식피난기 제품이 성능인증기준에 만족했다는 것을 공인해 주는 것이다. 실제 디딤돌은 최대설치가능높이 3.0m(2019년 6월28일)와 6.0m(2020년 1월3일)를 받았다.

디딤돌의 승강식피난기 살리고 제품 인정 중 가장 중요한 ‘국토교통부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8호’ 획득 과정이 상당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승강식피난기 살리고 제품의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에 가장 큰 문제점은 ‘아파트 대피공간 대체 시설로 인정’해 주는 데 가장 중요한 제품 시험성적서가 ‘승강식피난기 살리고 제품’이 아닌 ‘내림식 사다리 제품’의 시험성적서였다는 사실이다.

디딤돌은 이 인정을 받기 위해 2019년 7월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 건축안전과에 신청했고 3개월 후인 2019년 10월과 11월 심의 과정을 거쳤고 6개월 후인 2020년 5월27일 인정을 획득했다. 

‘아파트 대피시설 성능 인정 등에 관한 지침’ 제5조 ‘대피시설의 인정 절차 및 처리기간’을 감안 하더라도 인정 신청부터 인정 획득까지 디딤돌의 살리고 제품의 인정은 상당히 처리 기간이 긴 11개월 정도 소요됐다. 

11개월 정도 소요된 만큼 ‘신청서류가 사실과 다르거나 누락되는 등 부실하게 작성’돼 상당한 보완 요청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파트 대피시설 성능 인정 등에 관한 지침’ 제5조에 따르면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다만, 인정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불가피한 사유로 처리기간 연장이 필요한 때에는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신청자에게 연장 사유를 통보해야 한다. 또 신청서류가 사실과 다르거나 누락되는 등 부실하게 작성된 경우 신청자에게 보완 요청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대피시설 성능 인정’에 가장 중요한 제품 시험성적서가 승강식피난기살리고 제품이 아닌 크기나 형상이 전혀 다른 내림식 사다리 제품이었다. 국토교통부가 상당한 의혹을 받는 이유이다.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 건축안전과 박진용 주무관은 지난 8월3일 오전 세이프투데이와 전화 통화에서 “시험성적서가 다른 제품의 성적서인 것을 확인했다. 내림식 사다리 제품과 승강식피난기 살리고 제품의 덮개와 뚜껑이 똑같은 것으로 판단해서 내림식 사다리 제품의 덮개 시험성적서를 인정해 준 것이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중앙건축위원회 위원들의 이의 제기도 없어서 별 문제 없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진용 주무관은 또 “세이프투데이 지적도 타당하다고 생각돼 디딤돌에 내림식 사다리 제품의 시험성적서가 아닌 살리고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빠른 시일 내에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고 디딤돌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아파트 대피시설 성능 인정 등에 관한 지침’ 제16조(대피시설 인정의 일시정지)와 제18조(대피시설 인정의 취소) 어디에도 ‘인정을 해주고 난 후 시험체가 바뀐 시험성적서를 다시 받아서 인정을 유지해 주는 조항’은 없다.  

국토교통부는 신청서류가 사실과 다르거나 누락되는 등 부실하게 작성된 경우 신청자에게 보완 요청했어야 하고 보완 요청을 받은 후 90일이 지난 후에도 보완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신청을 반려했어야 한다. 특히 신청서류 신청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고의적 거짓으로 제출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한정권 디딤돌 대표는 8월4일 오후 세이프투데이와 전화 통화에서 국토교통부에 디딤돌 살리고 제품의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신청 당시 ‘살리고 제품에 대한 품질시험성적서가 아닌 내림식 사다리 제품’의 품질시험성적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해명했다.

한정권 대표는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신청 당시 살리고 제품의 덮개 품질시험성적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데 국토교통부에서 제출하라고 해서 살리고 제품의 덮개와 내림식 사다리 제품 덮개가 비슷해서 이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것이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중앙건축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지적도 없었다”며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등에 관한 지침’ 제18조(대피시설 인정의 취소) 내용 중 ‘품질관리 확인 점검결과 별표 1에 따른 성능이 확보되지 아니한 경우’ 조항에 대해 설명했다. 

이 조항 별표 1의 내용 중 탈출형에는 ‘출입문 또는 덮개 등은 KS F 2268-1(방화문의 시험방법), KS F 2846(방화문의 차연성시험방법)에 따른 비차열 1시간 이상의 내화성능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 대표는 “이 조항 별표 1의 탈출형 내용 중 ‘출입문 또는 덮개 등은’으로 돼 있듯이 ‘출입문 그리고 덮개 등은’이 아니기 때문에 출입문 품질시험성적서만 제출했고 덮개 품질시험성적서는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살리고 제품 덮개’와 ‘내림식 사다리 제품 덮개’가 비슷해 이 시험성적서로 대체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대피시설 성능인정’을 받은 한 업체 전문가는 “디딤돌의 살리고 제품이 품질시험성적서의 시험체 자체가 허위로 만들어진 다른 제품인데도 ‘아파트 대피시설 성능 인정’을 받았다면 하루라도 빠른 시일 내에 성능 인정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만에 하나 시험체를 승강식피난기 살리고 제품으로 품질실험을 했을 때 불합격되면 국토부 공무원뿐만 아니라 건물주, 시공사, 감리사, 설계사에 상당한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토교통부 건축안전과 공무원들이 어떤 사람들인 데 실수로 시험체가 바뀐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확인 못하고 성능 인정을 해줬게냐”고 반문하면서 “보이지 않은 큰 손이 인정 과정에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