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국회의원
소방관 10명 중 6~7명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건강이상자로 분류되고도 각 지자체의 예산상 문제로 정밀건강진단 등 후속조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행정안전위원회)은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소방공무원 특수건강진단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특수건강진단 검진자 4만9575명 중 3만2756명(66.1%)이 각종 질환을 앓고 있거나 발병 가능성이 높은 건강이상자로 판정됐다고 10월11일 밝혔다.

2019년의 경우 요관찰자 2만6712명 중 6675명, 유소견자 6044명 중 410명 등 7085명은 직업병 관련자로 드러나 이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현황을 보면 건강이상자는 2015년 2만4035명(검진대상 대비 62.5%)에서 2016년 2만7803명(68.1%), 2017년 2만6901명(62.5%), 2018년 3만577명(67.4%), 2019년 3만2756명(66.1%)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수건강진단 결과 질병 유소견자의 질환순위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 1위는 고지혈증, 2위는 고혈압, 3위는 당뇨다.

작년 기준으로도 고지혈증(2638명·43.6%), 고혈압(2014명·33.3%), 당뇨(701명·11.6%)가 소방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이었다.

또 소음에 대한 직업성질환(556명·9.2%)과 간장질환(531명·8.8%), 난청 등 귀 질환(384명·6.4%)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질환을 ‘직업 관련 3대 질환’으로 보고, 우선적으로 정밀진단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는 카드뮴, 광물성분진에 대한 직업성질환이 발생했다. 분진과 증기흡입은 폐질환, 흉부질환, 위장질환, 신장질환 모두 연관이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정밀건강진단과 추적 관찰, 치료는 필수적이다.

소방청장 또는 시도지사는 소방공무원의 건강을 보호·유지하기 위해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진단 결과 건강이상자로 분류된 소방공무원에 대해 정밀건강진단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소방청과 18개 지역 소방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2018년까지 건강이상자들에 대한 정밀건강진단을 진행한 곳은 부산소방재난본부 한 곳밖에 없다. 그조차 건강이상자로 진단받은 인원의 약 3~5% 수준이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소방공무원복지법)상 소방공무원의 특수건강진단은 의무조항이지만, 정밀건강진단은 임의조항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우 정밀건강진단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인해, 지자체가 정밀건강진단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나머지 시도 소방본부는 정밀건강진단을 실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16조(소방공무원의 특수건강진단) ① 소방청장 또는 시ㆍ도지사는 소방공무원의 건강 보호ㆍ유지를 위하여 제10조제2항에 따른 소방전문 의료기관ㆍ소방전문치료센터,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진단을 실시하는 기관 또는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의료기관(이하 "건강진단기관"이라 한다)에서 소방공무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여야 한다.

② 소방관서의 장은 제1항에 따른 특수건강진단 결과 특정 소방공무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소방공무원에 대하여 정밀건강진단 실시 등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소방공무원 건강이상자에 대한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 이후 2019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북, 경남, 제주, 창원소방본부에서 건강이상자 3272명을 대상으로 정밀건강진단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 또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이상자 436명 중 354명에 대해 정밀건강진단을 한 울산소방본부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지역에서 건강이상자의 10~20% 남짓한 소방관들만 후속 조치를 받았다. 인천, 부산은 1% 미만으로 시늉만 냈고, 세종, 전북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단 한 명도 정밀건강진단을 받지 못했다.

이은주 의원은 “올해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화가 됐지만 소방의 예산구조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소방공무원들의 건강관리 예산도 지자체의 처지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신분만 국가직으로 전환되고 국가예산 지원은 나몰라라 하는 사이에 소방공무원들이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위험한 업무환경에 상시 노출돼 건강이 악화된 소방공무원의 건강관리를 위해 특수건강 검진을 했더라도, 사후 관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도로아미타불”이라며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에 걸맞게 국고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소방공무원복지법상 정밀건강진단 실시를 의무조항으로 개정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의 건강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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