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석 국회의원
소방청이 현장 지휘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가상현실(VR) 훈련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엇비슷한 VR 재난환경을 제각각 제작하고 있어 예산 낭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VR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교수 인원도 부족해 교육성과도 지역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국회의원(광주 북구을)은 “소방지휘 훈련을 위한 VR 훈련이 주목받고 있지만 개별 영상제작에 따른 예산 누수, VR 훈련 교수인원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10월14일 지적했다.

그동안 소방지휘는 일선 경험이 많은 책임자이 재난 현장에서의 판단으로 이뤄졌으나 재난 양상의 변화된 데다 건물의 고층화 및 대형화 등 새로운 변수가 많아져 바뀐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소방지휘 훈련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실제 대규모 재난현장에서 소방지휘 경험을 쌓는 일이 쉽지 않기에, 최근 VR기술을 활용한 소방지휘훈련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5년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처음 시작된 VR 훈련은 2019년 경기소방재난본부와 중앙소방학교로 확대됐으며 현재 광주소방본부 역시 VR을 통한 지휘훈련을 계획 중이다.

소방청은 이러한 VR 훈련을 활용해 현장지휘관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재설계된 ‘지휘역량 개발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현장지휘관(소방정·령·경) 대상의 교육 및 평가과정을 현재 시범 운영 중에 있으며 향후 이를 인사에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VR 훈련을 위한 가상재난환경 제작에 있어 개별발주로 인한 예산누수가 있다는 점이다.

이형석 의원에 따르면 서울ITCT센터, 경기도CICT센터, 중앙소방학교 리더십센터로부터 받은 VR환경 영상자료를 확인한 결과, VR훈련 내용이 대동소이함에도 개별 제작이 이뤄지고 있어 가상환경 개발비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처음 VR 훈련을 시작한 서울ICTC센터의 경우 36개 항목의 재난환경을 구축하는 데 1개당 4500만원 가량인 16억4574만7000원을 사용했다.

36개 항목에는 강남역·역삼역 화재와 같은 지역 특성에 맞춘 재난환경과 화재·산불·풍수해·승강기 사고·국가 대형재난사고·감염병같은 보편적 재난환경 등이 있는데, 이 중 일부 재난환경이 경기도CICT센터나 중앙소방학교 리더십센터가 제작한 재난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 VR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교수인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경기도 CICT센터는 교수인원이 6명, 중앙소방학교 리더십센터는 4명에 불과해 늘어나는 교육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교육성과도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39명의 교수인원을 보유한 서울ITCT센터의 경우 올해 52회 교육·829명의 수료인원을 배출한 반면, 경기도CICT센터는 36회 교육·448명 수료, 중앙소방학교 리더십센터의 경우 10회 교육·395명 수료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소방청이 가상현실 훈련을 통해 현장지휘 역량을 강화하고 현장지휘관 평가인증제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재난환경 제작 예산 누수는 물론 VR훈련을 지도할 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서울, 경기도, 중앙소방학교가 VR 재난환경 공동제작 및 제작된 환경에 대한 공유를 통한 예산절감, VR훈련 지도교수 인원 확충을 통해 소방지휘 훈련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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