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형사사법제도의 형성과 더불어 탄생한 검사는 다른 나라에서는 형사재판에 대한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공소관(prosecutor)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검찰은 본래적 역할인 공소관의 기능은 도외시하고 직접수사 중심으로 검찰조직을 운용함으로써 그 정체성이 수사기관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 검찰은 기소독점·기소편의에 영장청구권, 직접수사권까지 행사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다. 기소 기관이 수사까지 담당하고 있어 ‘기소를 위한 수사’가 발생하고 ‘짜맞추기 수사’, ‘별건수사’, ‘표적수사’, ‘먼지털이 수사’ ‘과잉수사‘ 등이 일어난다. 이는 수사-기소 결합의 제도적인 문제이고 수사 - 기소 완전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를 신설하고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해 수사권 조정을 입법화하는 등 검찰개혁에 있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6대 범죄 등 중요범죄수사’를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으로 남겨둠으로써 검찰권 남용의 핵심이었던 ‘직접수사권’이 사실상 검찰에 그대로 남아있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의 선택적 수사, 수사중심 조직운용,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특권의식, 무절제한 수사관행 등 어느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황운하 의원은 “검찰이 담당하는 6대 범죄 등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 현재 검찰이 가진 권한을 배분해 기소와 수사가 전문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형사사법체계를 개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황운하 의원 발의 법안에는 ▲검찰이 담당하는 6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 등 중대범죄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 ▲중대범죄수사청장의 독립성과 임명절차 및 임기 등은 공수처장의 경우를 준용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관은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 ▲수사관 직급은 1급부터 7급까지로 정하되 검사의 직에 있었던 사람은 각 직급별 수사관 정원의 2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함 ▲중대범죄수사청 소속하에 지방중대범죄수사청 설치(고등법원에 대응). 중대범죄수사청법의 준비기간을 감안해 공포 후 1년 이내 시행 등이다.
황운하 의원은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일제 강점기의 식민 경찰을 청산하지 못한 시대적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검찰에 직접수사권이 부여된지 벌써 70년이 됐다”며 “이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 검사지배형 형사사법체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후진적 검찰제도이자 청산돼야 할 일제의 잔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중대범죄수사청의 설치로 국가 수사기관이 다원화되면 수사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각 기관별로 담당하는 범죄 수사 영역에 대해 특화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검찰은 기소 및 공소 유지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호를 위한 공익의 대표자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발의에 강득구, 김경만,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민병덕, 민형배, 송영길, 유정주, 윤영덕, 이수진(동작), 이용빈, 이용선, 임호선, 장경태, 진성준, 최강욱, 최혜영, 한준호, 홍정민 의원이 참여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