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독선적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과 연이어 터지는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로 가속화되는 레임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서서히 빠지고 있는 양상이다.  

▲ 김겸훈 한남대 교수
일부 지지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 정부에 대해 갖고 있던 기대감이나 희망을 거둬 들인지 오래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직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레임덕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공헌해 왔다. 그런 호헌장담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상황은 지난 정권들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훨씬 더 할 것이라는 불길한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하길 바랄 뿐 그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길한 예측에 솔깃해지는 이유는 최근에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4대강 사업에 2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급하게 추진해서인지 각종 시설물에서 갖가지 하자가 발견되고 완공하자마자 보수하는 후진적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앞으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벼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기거할 목적으로 추진했던 내곡동 사저건립사업과 관련해 불거졌던 편법증여 문제나 배임횡령 문제는 사업추진 중단으로 끝날 일도 아니고 덮어질 일은 더욱 아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 부부를 업무상 배임 및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협의로 이미 서울 중앙지법에 고발한 상태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임기 중에 형사고발된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미FTA 체결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미FTA체결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인한 우리의 사법주권 침해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떠한가?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정부는 일부 불순한 진보세력의 어깃장 정도로 대응해왔으나 투자자국가소송제로 인한 사법권 침해가능성에 인식을 같이 하는 110명 이상의 현직판사들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법원 내에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 것을 건의했다. 이제 투자자국가소송제 문제는 일부 국민의 과민한 반응이 아닌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현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기야는 집권당인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의 비서가 국가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를 디도스 공격하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이 문제는 아직 밝혀져야 할 의혹들이 많다.

당초 경찰의 수사결과와 달리 단독범행이 아닐 것이고 엄청난 돈거래도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는 것 같다. 한발 더 나아가 청와대의 개입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디도스 공격이 사건의 실체가 아닐 수 있고 더 큰 문제를 덮기 위한 꼼수일 수 있다는 가설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인 듯하다.

오비이락이라 했던가? 한미FTA체결협정 안이 우리 국회를 통과하면서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비비케이(BBK)’ 관련 재판이 취하됐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계기로 다시 수면 밖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2월22일 판결에서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등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정봉주 전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의혹들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어떤 문제는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고 어떤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는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듯해 보인다.

정부를 대신해 국민의 막힌 가슴을 뚤어줘야 할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자 도생의 길을 찾기 위해 이합집산에 정신 팔려있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되는 정치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정치인들을 비난하지는 말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온통 북한에 관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 확인되지 않은 설에 불과한 이야기로 신문과 방송은 도배를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정신 줄을 놓으면 지는 것이다.

개개인은 눈과 귀를 가다듬어 가려듣고 마치 꺼진 불도 다시 보는 마음으로 지켜보자. 우리의 투표결과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지난 4년의 맘고생을 되새기며 다시 한번 상기하자. 그리고 그들에 대한 책임은 내년 4.11총선과 12월의 대통령선거에서 투표권행사를 통해 확실하게 묻도록 하자.

우리는 이 시점에서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토크빌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11년 12월26일
김겸훈 한남대 교수(전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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