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 및 선거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이때, 바야흐로 유권자들이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선거참여를 통해서 정치 지형도를 바꾸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공직선거법 상의 악법이 존재하고 있다. 다름 아닌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항이다. 이 조항은 인터넷언론사에 대해 선거운동기간 게시판과 대화방 운영에 있어 실명인증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강제로 취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다.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언론사에 최고 1천만원 넘는 과태료가 부과될 뿐만 아니라, 실명인증을 받지 않은 댓글을 방치할 경우에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 조항이 강제된다. 여기에 이를 이행하지 않는 일수에 따라서 과태료 및 벌금은 가중되는 악법이다. 반면, 정당 및 후보자는 선거 시기 인터넷 실명제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처벌조항이 전혀 없다.

이처럼 오로지 인터넷언론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법의 폐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 헌법재판소의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 제한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선거운동 기간 전에 SNS 등을 이용한 인터넷 선거운동 제한이 없어졌다. 따라서 선거 운동 시기에 국한된 ‘선거 게시판 실명제 조항’ 역시 사실상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됐다.

둘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최근 2012년 업무보고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포털 등에 대한 상시적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키로 했는데, 선거 시기 인터넷 실명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셋째, SNS 댓글을 연동한 인터넷언론사 등의 게시판 운영은 사실상 선거 시기 게시판 실명제를 무력화하는 행위이다. 달리 말하면, 상당수 언론사 사이트가 선거 시기 SNS 댓글 연동 시스템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선거 시기 게시판 실명제 위반 혐의를 갖게 되므로 수많은 인터넷언론사들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에 본사를 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등록 시 실명 확인을 필요치 않으므로, 선거 시기 이들 SNS 댓글을 실명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한국의 선거법 역시 적용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SNS댓글 게시판을 선거 시기 게시판 실명제를 적용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한국의 인터넷언론사들이 이들 SNS 댓글 시스템을 선거 시기 계속 운영할 경우에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불법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외부 게시판을 연결했다고 해서 면책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길은 간단하다. 선거 시기 게시판 실명제를 폐지하면 된다.

넷째, 인터넷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선거 시기 게시판 실명제는 더 이상 시대 상황에도 맞지 않으며, 국내 인터넷언론사에 대한 차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방통위가 상시적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이상, 또한 SNS 사이트들은 실명제 자체가 없기에, 오로지 국내 인터넷언론사에게만 강제로 적용되는 선거 시기 게시판 실명제는 세상도 없는 해괴망측한 법이 되고 만다.

다섯째, 최근의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더 이상 주민등록번호를 근간으로 한 실명제 유지가 국민 개개인의 정보인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명확한 결론을 보여준다. 실명제 게시판의 효과 또한 부정적이며, 사이버 수사기법, 조직력의 강화로 인터넷 댓글 범죄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 시기 게시판 실명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상황은 없는 셈이다.

지난 1월18일 여야 정당, 본회를 비롯한 인터넷언론단체 및 기관, 중앙선관위 등이 참석한 사이버 유관기관•단체 업무협의회에서도 본회는 선거 시기 인터넷언론사만을 대상으로 한 게시판 실명제의 비효율성과 불합리성 등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 법의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참석 정당 및 기관, 중선위 관계자조차도 해당 법의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월10일 현재 선거 시기 게시판 실명제를 적용해야 할 인터넷언론사는 2,279개에 달한다. 포털 및 주요 인터넷언론사(방송사, 신문사의 사이트도 포함됨), 풀뿌리 지역 및 전문 언론사 등 한국의 거의 대부분 인터넷언론사가 망라된다. 이들 사이트들에 대한 선거 시기 인터넷실명제 강제 적용은 혈세 낭비뿐 아니라 유권자들의 게시판 댓글을 통한 선거 참여와 표현의 자유, 언론사들의 언론자유를 또다시 옥죄는 결과를 빚게 될 뿐이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지난 2004년 3월12일 한나라당과 당시 열린우리당(현 민주통합당의 전신)이 표결로 국회를 통과시켜 8년째 시행되고 있는 반민주 선거악법인 ‘선거 시기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실명제’를 조속히 폐지할 것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강력히 촉구한다.

2012년 1월 26일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 김철관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