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면서 생각하라!” 40년 전 종로소방서 현관 대형 거울에 연두색 선명한 구호로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이라는 슬로건(Slogan) 만으로 충분히 대변되는 소방관의 숙명(宿命)은 시작됐다. 

첫 출근 날 “뛰면서 생각하라!”라는 구호는 많은 의문을 줬다. 왜 “생각하면서 뛰어라!”가 아닌 하필이면 “뛰면서 생각하라” 일까? 답을 찾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각한다’라는 것은 인간임을 증명하기에 좋은 말이다. 매사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실수가 없다. 하지만 생각은 행동을 가로막는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선의 현장에서 생각(Thinking)이 앞서면 행동(Acting)은 많은 제약을 받는다. 

생명을 담보로 사지와 같은 위험한 현장에 들어가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지지 못한다는 말이다. 오직 뼛속까지 희생과 헌신으로 무장돼 생물학적 반응 수준의 Firefighter(소방관)만이 진정한 소방관이기 때문이다.

“자, 뜨자!(Flush the force!)”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활주로에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철군 시각에 맞춰 카불을 떠나는 최후의 병력 미 육군 82공수사단 등 5~6백여 명을 C-17 수송기 다섯 대가 태우고 언제 총알이 날아들지 모르는 위기의 순간 그가 탑승하자 수송기는 고래의 입 같은 트랩을 닫았다. 

이 마지막 탑승자의 이름은 크리스 도나휴 미 육군 2성 장군으로, 카불 철수작전을 수행한 82공수 사단장이었다. 현지 시각 2021년 8월 30일 23시 59분. 바이든 대통령이 “변경은 불가하다”라고 밝힌 철군 시한 8월 31일을 1분 앞둔 순간이었다. 

그가 무전으로 조종사에게 지시했다. “자, 뜨자!(Flush the force!)” 마지막으로 트랩에 오르는 그의 옆이나 뒤에는 부관도, 호위 병력도 없었다. 그의 손에는 지휘봉이 아니라 M4 카빈소총만이 들려있었을 뿐이었다.

리더십에 관한 세계적 저술가 사이먼 사이넥은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Leaders Eat Last)”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이 책의 제목은 그가 예비역 해병 중장 조지 J.플린 장군과 나누던 대화에서 나왔다. 

플린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 해병대원들은 최하급자가 가장 먼저, 최상급자가 가장 나중에 배식을 받는다. 해병대원이라면 누구나 그냥 그렇게 한다. 그뿐이다” 해병대에서는 으레 리더가 제일 마지막에 먹는 것으로 돼 있다. 

자신의 필요보다 기꺼이 타인의 필요를 우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리더십에 따르는 진정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제복 입은 사람들(MIU ; Men In Uniform)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이 열렸다. 모두가 위험에서 빠져나올 때 기꺼이 그곳으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 바로 군인, 경찰, 소방관 등과 같은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있다. 

이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상이 바로 ‘영예로운 제복상’이다. 2012년에 제정돼 벌써 11번째 맞는 시상식이다. 땅과 하늘과 바다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14명의 제복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대상 3명을 포함해 제복상 6명, 위민경찰관상 2명, 위민소방관상 2명, 위민해양경찰관상 1명 등 모두 14명에게 시상했다. 이로써 역대 수상자는 139명이 됐다.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사건·사고 현장에서 주저 없이 몸을 던지며 생명 존중 정신을 실천하는 제복의 영웅들로 당연히 존경받아 마땅하다.

대상은 작년 4월 실종 선박을 구조하러 헬기로 출동했다가 제주 인근 바다에 추락해 순직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의 고(故) 정두환 경감과 차주일 황현준 경사가 받았다. 

제복상은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시험 비행에 성공한 안준현 중령, 지뢰가 폭발해 다리를 잃고도 동료를 대피시킨 박우근 상사, 좌초한 어선 구조 현장에서 고무보트가 전복돼 크게 다친 몸으로 선원 5명을 구조한 정기욱 경사 등 6명의 제복 공무원들에게 수여됐다.

2020년 한강경찰대 수상구조요원으로 실종자를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는 위민경찰관상을 받았다. 수상자 모두에게 존경과 축하를 드린다. 거룩하고 숭고한 희생을 하신 제복의 영웅들에겐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에겐 빠른 쾌유와 조속한 회복을 빈다.

제복은 명예로움과 신뢰의 상징이다. 제복 공무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묵묵히 맡은바 소중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인, 경찰관, 소방관, 해양경찰관들이 착용하고 있는 제복은 국민들께서 바로 알아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자 국민에게 다가갈 때 도움을 주고 지켜주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표식이다. 

국민은 제복 입은 사람들(MIU ; Men In Uniform)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한다. 그들에게 제복은 국민을 위한 다짐이자 국민을 위한다는 긍지 그리고 부여받은 막중한 임무에 대한 명예이다. 무엇보다도 제복 공무원은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이다. 

제복 공무원의 땀과 눈물 덕분에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하늘, 땅, 바다를 누비며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MIU(제복 입은 사람들)의 투철한 소명 의식과 숭고한 헌신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들을 존중하고 박수로 응원하는 것이 결단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2월17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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