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영 인천소방안전학교 교육운영팀장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기준과 잣대는 실로 다양하다.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적 기준이 우선 꼽힌다. 이로 인한 다각적 인지도가 그 나라의 국력으로 인정된다. 그런데 진짜(LEAL) 선진국과 짝퉁 선진국의 구별기준은 사실 단순하면서도 아주 간단하다.

그 나라의 안전사고 유형과 국민의 안전의식을 파악해보면 정말 선진 국가인지 또는 선진 국가를 흉내 내는 개발도상국 또는 후진국인지 확연히 알 수 있다. 각종 ‘대형재난’과 ‘안전사고’는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보이지 않는 국가발전 및 방재운영시스템의 판단 척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사고현장에서 미국의 소방관들이 살신성인한 활약상이야말로 정말 선진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도의 국가관과 시민의식이었다. 한 가지 예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숙박업(호텔 등)과 레져 산업 등 다수 고객을 상대하는 업종의 종사자는 모두 응급심폐소생술(CPR)을 전문가 수준으로 숙지하고 있다. 이를 법으로도 명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매년 수차례 동남아 국가에서 충남 천안의 ‘중앙소방학교’로 인명구조 위탁교육을 받으러 오고 있다. 교육생은 주로 각 나라의 간부들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수난사고 등의 특수구조기법 및 우리의 선진화된 소방방재시스템을 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8개의 지방소방학교와 1개의 중앙(국가)소방학교가 있다. 8개의 지방소방학교 중엔 작년 1월에 개교를 한 인천소방안전학교도 포함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2300명이 넘는 소방공무원과 송도, 청라, 영종 등 3개의 국제도시를 가지고 있는 인천에 그간 소방공무원 교육기관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직도 많은 인천시민은 인천소방안전학교의 개교와 존재를 모르고 이름조차 낯설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119국제구조대는 대만, 터키, 알제리, 이란, 중국 스촨성의 지진 참사와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태국 푸켓 해일참사,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아이티 지진현장까지 수차례의 국제인명구조 활동을 했다.

우리 구조대원의 고도화된 구조기법과 구조현장에서의 열정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의 각 대원들 사이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현지인들의 신뢰와 갈채는 우리의 수준이 세계 최고임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 대만 지진현장에서는 지진 발생 1주일 만에 6살 어린이를 극적으로 구조해 세계 언론에 화제가 됐다. 더욱이 대만과의 수교 단절 이후 대만 국민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을 완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터키 지진참사에서는 터키인들에게 형제국으로의 신뢰와 우정을 다시금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안전 분야는 이제 내 자신의 신변을 지키는 범위에서 벗어나 그 인프라와 국가 이미지를 각국에 수출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국제도시 안전의 시금석이 되는 소방안전학교의 개교는 크나큰 의미를 가진다.

바로 국제도시 인천의 외국인 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안전한 생활보장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약속하는 확고한 신뢰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 지방(나라)의 소방학교를 보면 그 지방의 소방방재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개교 후 1년간 신임소방공무원 280명을 교육하고 490명의 전문교육과 특별교육과정을 운영했다.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겠지만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최소부지면적과 시설)에 유일하게 생활관(기숙사)을 갖추지 못한 소방학교로서 이룬 실적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교직원들 스스로도 그 성과에 놀랄 만큼 고무돼 있다.

훈련시설 보강과 생활관 건립 과제, 그리고 무엇보다 국제항만과 공항도시 인천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소방훈련 등 특성화된 교육인프라 조성이란 중요한 과제가 산재돼 있다.

인천소방안전학교는 국제도시 인천의 안전지킴이를 최 일선에서 배출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소방공무원 교육과 훈련에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인천시민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최고 도시의 최고 소방교육기관으로 우뚝 설 것을 다짐해 본다.

김태영 인천소방안전학교 교육기획과 교육운영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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