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규 통영소방서 예방대응과 진압주임(소방위)
지난 5월5일 부산 서면 노래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9명이 사망했다. 이날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화재....나랑 상관 없다?”란 글이 게재됐다.

여기서 글쓴이는 “화재현장에서 소방차가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택시들은 비켜줄 생각도 하지 않고 겨우겨우 진입로를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동영상 찍느라고 소방차가 싸이렌을 울려도 쳐다보지 않고 구경한다”며 “화재가 난 건물에 내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다면” 하고 개탄했다.

화재가 발생해 최고조에 도달하는 시간은 5분 정도로 이 시간은 소방대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대로 인식돼 있다.

최초 5분은 신속한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그리고 연소 확대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그러므로 소방관서에서는 화재 발생 후 5분 내에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과 영국은 5분 대응이론을 화재진압의 필수조건으로 삼고 있다. 응급환자의 경우 4분을 골든타임(Golden Time)으로 본다. 심정지 환자는 4분 이내 응급처치 소생률 50%, 1분 경과 마다 생존율이 7~10% 감소한다.

그러나 출동 소요시간은 경제성장과 반비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성장에 따른 차량의 증가는 교통 체증과 주차의 문제를 낳았고 아파트의 주거 환경 개선이나 경제적 가치 상승을 위한 정원 및 조형물의 설치는 신속한 현장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소방대원들에게는 또 하나의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교통체증 등으로 인한 긴급자동차의 출동애로에 대한 사항은 전 세계 어느 곳이나 공통적으로 대두되는 사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도로교통법에서 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권을 부여해 긴급자동차가 도로의 중앙이나 좌측통행 및 정지규정 미준수는 가능하나 이로 인한 교통사고의 책임마저 면책받는 것이 아니라 긴급자동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목적지까지 신속히 출동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의 출동로 개선 사례를 보면 미국 휴스턴시에서는 2개 소방서에서 요구하는 긴급상황 요청(Emergency Call)에 대해 22개 교차로에서 긴급차량 우선 신호를 주고 호주 브리스번시에서는 소방서나 구급대에서 긴급상황 통제 버튼을 누르면 정해진 계획에 따라 각 교차로에 녹색신호 점등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긴급자동차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작년 12월9일부터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의무 위반차량 단속을 시․군공무원이 할 수 있도록 시행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긴급자동차에 대한 진로양보의무 위반차량을 영상기록매체로 촬영해 위반사실이 사진, 비디오 테이프 및 그 밖의 영상기록매체에 입증되는 경우 시장 등이 고용주 등에게 2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할 수 있도록 됐다.

양보운전 위반기준을 보면 제3자가 봐도 고의적으로 길을 비켜주지 않는 경우, 소방차에서 3회 이상의 피양 요구에도 불응하는 경우, 출동 중 피양하지 않고 계속 주행하는 경우(20초 이상), 소방차와 소방차 사이를 끼어들어 주행하는 경우, 출동중인 소방차량을 고의로 방해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단속한 사례는 없는 실정이다.

긴급차량 접근시 도로 상황별 양보운전 요령을 살펴보면 교차로 또는 그 부근에서 교차로를 피해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하고 교차로 이외의 곳에서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피해 진로 양보하며 일방통행로에서는 우측으로 피하는 것이 긴급자동차의 통행에 지장이 있을 때에는 좌측 가장자리로 피해 양보해야 한다.

전국의 소방서에는 매월 19일을 소방차 길터주기(Fire Road Day)의 날로 정해 ‘소방출동로는 생명로’라며 대외 홍보를 펼친다.

비록 긴급차량을 표방한 각 종 차량들의 무분별한 싸이렌 취명과 목적 외 사용으로 인한 긴급차량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진짜 위급상황인지 믿을 수 없다”라는 답변이 35.9% 라는 구급차 관련 어느 신문사의 온라인 설문조사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지금 내 등 뒤에서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면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러 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서슴지 않고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김창규 통영소방서 예방대응과 진압주임(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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