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수원시 팔달구 주유소 폭발로 무려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주유소가 가짜석유를 팔기 위해 숨겨놓은 무허가 저장탱크가 원인이었다. 전례 없는 사고로 정부는 가짜석유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가짜석유의 불법 판매는 여전히 기승이다.

이 가운데 현재 국내에 불법 유통되는 가짜 휘발유와 경유, 면세유 등으로 새는 세금 규모가 연 3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3조7000억원은 고유가에 고통 받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리터당 130원 가량 덜어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내용은 9월12일 이강후 국회의원(원주을, 새누리당)이 주최하고 한국자원경제학회와 석유유통 전문 저널 에너지미디어가 공동 주관하는 ‘가짜/탈세석유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는 탈세와 소비자 피해로 얼룩진 가짜/탈세석유 유통 실태를 점검하고 관련 전문가와 함께 근절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장으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강창일 지식경제위원장과 조석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손양훈 인천대 교수의 사회로 주제 발표와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정승일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 문창용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등 석유 유통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가짜/탈세석유의 심각성과 대책 마련의 시급성에 공감했다.

이날 발제한 김동훈 연세대 교수는 “가짜휘발유와 가짜경유 판매로 인한 탈세 규모가 연 1조7000억원, 불법 무자료거래와 유가보조금 부정 환급 등에 따른 탈세가 연 2조원에 달해 연간 총 3조7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불법 석유시장에서 새나간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을 리터당 130원 가량 줄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김 교수는 폭발사고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국내 위험물 폭발 사고의 약 20%가 가짜석유로 인한 것으로 매년 소비자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가짜석유 사용 차량은 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을 60% 이상 높게 배출해 환경오염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형건 대구대 교수는 “현재 정부의 가짜/탈세석유 근절대책은 관련 기관별로 권한이 분산돼 효과적인 집행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국세청을 전담기관으로 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자체에 교부되는 주행세가 유가보조금 환급을 위해 100% 활용되고 있어 지자체 재정은 유류세와 전혀 관계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가짜/탈세석유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고 지적하며 지자체 스스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유종별 부가세 의무신고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제안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이강후 국회의원은 “정부가 가짜/탈세석유 단속제도를 마련하고는 있지만 적발 실태는 갈수록 대형화, 지능화되고 있어 정부 대책이 최근의 범죄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면이 있다”면서 “일정액의 벌금을 낸 뒤 다시 범죄에 가담하는 가짜/탈세석유 유통업자들의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는 물론 유류세 등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정부 단속 체계를 통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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